우리 사회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고질병이 되어 버린 지역간 갈등은 말로만 해소하자고 떠들다가 막상 선거 결과를 보면 달라질 길이 까마득하고, 진보와 보수가 무엇인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에서 상대방을 진보나 보수로 규정하면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고, 세대간 갈등과 빈부간 격차도 심화되고 있다. 단일민족으로 가지고 있던 문화적 동질성마저도 세계화에 따른 외국 문화의 급속한 유입으로 흔들리고 있다.
각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색깔이 발산되고 있는 현상들은 혼란스러워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 시작 단계로 보인다. 그동안 외부로 분출되지 못하고 에너지만 축적되어 오던 목소리가 마음껏 터지기 시작하고, 고정 관념에서 인정받지 못한 다양한 생각들이 표출되기 시작하고, 소외받던 계층들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려면 우리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다르다(different)’는 ‘틀리다(wrong)’와 다르다. ‘틀리다’는 것은 계산문제와 같이 정답이 하나일 때, 사실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때, 누구에게나 정당하다고 하는 일치된 의견이 있을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이에 비해서 ‘다르다’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고 거기에는 정당하지 않다거나 잘못되었다는 가치판단은 없다. 사실 세상에는 틀린 것보다 다른 것이 더 많다. 우리는 생긴 모습이 서로 다르지만 남 보기에 못 낫다고 해서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꼭 잘생긴 사람을 닮을 필요도 없다. 그냥 생긴 대로 살아가면 된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생각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자기는 옳고 그와 다른 생각은 틀리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되어 분노와 충돌이 생기게 된다.
아직 우리 사회에는 ‘다르다’는 것과 ‘틀리다’는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구별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서 다툼이 생기게 된다. 택시 승객과 운전기사가 서로 자기가 옳다고 다투다가 우격다짐을 벌이고 경찰서에 갔다는 기사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남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서로 자기가 옳다고 싸우는 모습은 마치 광어와 도다리를 보는 것 같다. 광어와 도다리는 몸 한쪽에 두 눈이 쏠려 있다. 얼른 보면 두 물고기가 비슷하지만 광어와 도다리는 몸의 정반대쪽에 눈이 달려 있다. 지식인이나 사회지도층들도 한쪽 눈을 가린 체 광어나 도다리같이 말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사회에서 ‘다르다’고 인정받는 영역은 선진국으로 갈수록 더 넓다. 예를 들면 선진국에서는 동성애를 ‘틀렸다’고 보기보다는 ‘다르다’는 차원에서 인식한다. 동성애에 대하여 윤리나 도덕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것을 나의 가치로 받아들인다는 것과는 별개이다. 서로 다른 상태로 공존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창조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인정하는데서 나오기 때문에 ‘다르다’고 인정되는 영역이 넓을수록 사회가 발전할 동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도 바로 ‘다르다’고 인정받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내 기준과 차이가 나는 현상을 ‘틀리다’가 아니라 ‘다르다’고 인정하게 되면 사물을 보는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틀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잡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갖은 방법으로 차이를 없애려 한다. 이것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틀리다’는 것은 절대적 기준을 적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다르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주관적 가치판단을 적용한 것이다. ‘다르다’고 보는 사람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서로 차이를 가진 상태에서 공존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교육의 방향도 이런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획일적 사고방식이나 논리보다도 사물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올바른 교육이다. 학문의 역할도 유용하고도 다양한 접근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로간의 차이를 긍정적으로 인정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균열적 현상도 그렇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고 오히려 활성화되어야 할 과정이다. 차이점이 표출되는 현상을 현실로 인정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회가 차이점을 포용하고 나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약력
- 서울법대(76학번) 재학 중 사법시험(최연소),
외무고등고시(차석), 행정고시(수석) 합격
- 서울법대 수석졸업, 수원지방법원 판사
- 하버드 대학, 예일 대학, 서울대학교 각 법학석사, 콜럼비아 대학 법학박사(J.D.)
- 저서 「고변호사의 주식강의」 1, 2, 3권(2002), 「포기하지 않으면 불가능은 없다」 (2003)
고 승 덕 /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