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을 세상의 전부처럼 사랑한 청년이 있었다. 어느날 밤, 어두운 표정의 그녀가 한 통의 편지를 건넨다.
곱고 차분한 그녀의 글씨로 빼곡한.‘일부러 그랬는지/ 가방 안 깊숙이 넣어 두었다가/ 헤어지려고 할 때 그제서야/ 내게 주려고 쓴 편지를 꺼냈네(중략)/ 나를 바라 볼 때 눈물짓나요/ 마주친 두 눈이 눈물겹나요/ 그럼 아무 말도 필요 없이 서로를 믿어요/ 그대는 아는가요/ 내겐 아무 관계없다는 것을/ 우울한 편진 이젠…’그는 그날 밤 집에 돌아와‘우울한 편지’라는 노래를 만든다.
유재하. 불의의 사고로 스물다섯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비운의 천재.’ 한양대학교 1학년, 처음 그녀를 만나 첫눈에 반해 수 없이 고백하고 퇴짜 맞기를 반복했지만 2년에 걸친 구애 끝에 마침내 그녀는 재하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건넨 그녀의 편지였다. 마치 그의 일기와 같은 음악들. 그녀에게 구애하며‘그대 내 품에’를 만들었고,‘우리들의 사랑’은 짧았지만 행복했던 시절,‘지난날’은 이별의 슬픔을,‘사랑하기 때문에’는 다시 돌아올 그녀를 위한 곡이었다. 후에 그녀는 그의 친한 동생의 아내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그가 죽고 10년이 지나 추모 앨범이 제작됐고 많은 가수들이 지금도 그의 음악을 리메이크 해 부르고 있지만 그의 짙은 감수성과‘유재하표 카타르시스’를 능가할 가수는 아무도 없었다.
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