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인근 로즈 힐 공원묘지에서 기독교 의식으로 하관 예배 뒤 유가족과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사람은 태어나서 언젠가는 죽는다. 이것만큼 분명한 사실은 없다. 한 나라를 통치했든 세계를 지배했든 남의 집에서 머슴살이를 했든, 살아서 무슨 일을 했든 전혀 상관없이 때가 되면 죽는 것이 정해진 이치이다. 그 때가 언제인지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곧 누군가 당선이 되겠지만 미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부시가 되든 케리가 되든 이 두 사람도 물론 언젠가는 죽는다. 나의 부모, 나와 내 처, 나의 형제자매, 나의 자식도 때가 되면 죽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진리이다. 세상에 나오는 것도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도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이 없다.
살아가는 동안의 방식이 동서양간에 큰 차이가 있듯이, 그 누구나 당하는 죽음을 처리하는 방식도 차이가 크다. 한국은 살아생전에 지극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던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가능하면 아주 먼 곳으로 매장을 하든 화장을 한다. 미국에서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매장을 하고 언제 어느 때라도 가서 만나고 이야기하며 보낸다.
보통 시청(Civic Center) 옆에 공원묘지가 조성되어있다. 시 청사 바로 옆에 공원, 테니스장, 골프장과 함께 그 속에 납골당 정도가 아니라 매장 시설이 되어있는 것이다. L.A 주변(어느 곳은 도심 속)에 10여 곳의 사설 공원묘지가 있고, 서울의 구보다는 작고 동보다는 조금 큰 시티(그 지역 자체의 의회(시의회)가 구성되고 자체의 경찰과 교육구를 보유하고 지역주민의 동의를 얻으면 시티가 된다.)의 시빅센터 부근에 묘지를 조성한 곳이 여러 군데가 있다. 넓은 땅을 갖고 있어서겠지만 화장해서 유골(혹은 유분)만 모셔두는 납골당 형식이 아니라 거의 모두 관과 함께 매장을 한다. 그 매장 면적은 정확히 관하나 들어갈 만큼의 땅이다. 얼마나 실용적인지 모르겠다. 그 이상의 땅은 전혀 필요치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비석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누구누구의 사랑하는 어머니(아버지) 아무개 씨가 어느 날 돌아가셨다는 조그마한 표지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 길을 따라 조깅도 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산책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 와서 살며 놀란 것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 10월 20일 서울 성북구의 어느 종교시설 안에 납골당을 추진키로 하자 인근 지역 주민 수 백명이 모여 납골당 건립 반대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동소문동과 정릉2동 주민 300여명이 이날 오후 8시부터 성북구 아리랑고개에서 북악스카이웨이로 올라가는 진입로에 모여 이틀째 도심 속 납골당 건립에 반대하는 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주민들은 “종교시설이 납골당 시설을 세울 경우 녹지로 우거진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주택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친다”며 “주택가 한복판의 납골당 건립을 저지할 것”이라고 한다. 주택가 한복판에 납골당이 들어설 경우 주거환경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의 빗발치는 민원에 따라 성북구청 쪽도 납골당 건축은 허가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한다.
최근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도별 공설, 공원묘지는 평균 2012년, 납골당은 평균 2011년이 되면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람 수에 비해 땅이 아주 좁은 우리 나라에서 장례문화의 근본적인 대책을 시급히 찾아야 할 때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우리 모두의 일이기에…….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