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학생 선발을 위한 객관적 지표 마련돼야

▲지난 8일 정기언 교육인적자원부 차관보가 고교 등급제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내신위주의 신입생 선발을 하겠다는‘2008학년도 대입제도 개선안’이 발표되고 지난 8일 교육인적자원부의 고교등급제 실태 조사 결과에 의해 서울 소재 일부 사립대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판명돼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고교등급제가 등장하게 된 원인은‘내신 부풀리기’로 인한 변별력 저하와 실질적으로 평준화되지 않은 각 고등학교간의 학력을 똑같이 보려는 이념 차이 때문이다.
내신 부풀리기는 각 고등학교에서 내신시험의 90% 이상의 과목에서‘수’를 득점하면 대입 전형 과정에서 만점을 받을 수 있어 시험문제를 쉽게 출제해‘수’를 받는 학생을 늘리는 것이다. 이처럼 내신 부풀리기로 인해 변별력이 저하되자 대학은 심층면접, 논술고사, 자기소개서 등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이 부분에서 고교등급제를 적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고교등급제가 배제된 경우, 특목고의 상위 10%학생과 상대적으로 학력이 낮은 학교의 상위 10%학생을 동일하게 평가해야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는 특목고 학생들과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 학생들로부터 이러한 문제가 지적됐고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고자 하는 대학 측의 의견이 맞아 떨어져 음성적으로 고교등급제가 실시돼 왔다.
고교등급제의 문제점 중 지역등급제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는 선발된 학생들 대부분이 강남권에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객관적인 자료 부족의 원인이 더 크다. 본고사가 전면 금지되어 있고, 학력 격차의 객관적인 지표가 될 수 있는 각 고등학교 수능 평균 성적이나 학력고사 실시 결과 등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원자간의 변별을 위한 자료가 부족한 대학이 선택하게 된 것이 고교등급제 일 수 밖에 없었다.

또, 고교등급제의 문제점으로‘대입연좌제’논란을 들 수 있다. 출신고교가 어디냐가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연좌제와 다름없다는 의견으로 선배들의 실력이 후배들의 진학 기회에 좌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문제점은 대학에서 변별력 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로 객관적인 자료의 제공이 필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28일‘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이 발표됐다. 내신 위주의 선발을 하겠다는‘2008학년도 이후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은 내신성적에서 원점수 표기, 석차등급(9등급) 표기 등을 실시하겠다고 했다. 이 제도를 토대로 대학에서 학생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자료가 마련되어야 한다.
고교등급제 논란과 함께 불거진 것이 본고사 문제이다. 지난 11일‘올바른 대학입시제도 수립을 위한 교육·시민·사회단체 대표자회의’가 일부 대학들의 변칙 본고사 실시 의혹을 제기하면서 대두된 것이다.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5개 대학이 1학기 수시 모집에서 정규 수업수준을 넘어선 고난이도 문제, 획일적인 문항, 국·영·수 위주의 문제 등으로 사실상 변칙적인 방법의 본고사를 실시했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 대학들은 학생들의 비판력, 창의력, 논리력을 측정하기 위한 것이며 학생 선발을 위한 대학의 자율권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본고사 논란이 대두된 것도 변별력이 없어진 내신이 원인으로 고교등급제와 같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였다.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이 보여주듯 학교간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이 차이를 반영하는 데 있어 대학들이 그 차이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공돼야 한다.
평등은 똑같이 나누어 갖는 것이 아니다. 사회는 지금, 일 하지 않는 자에게 노동의 대가를 주지 않는 것은 당연히 여기면서도 일을 더 많이 한 자에게는 그 만큼의 대가를 더 주는 것에 대해 반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교등급제는 필요하다. 학교와 학생의 차이를 어떻게 공정하게 반영하느냐가 문제인 것이다.
<황영아 기자>  baby222@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