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도 어머니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웁니다.
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것은
불빛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염없이 계속되는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소리.

아버지는 늘 독서실 앞에서
날 기다리셨고
언니는 힘들때 마다
날 위로했습니다.
장난을 좋아하는 철부지 동생도
내 방 앞을 지날 때면
까치발로 걷습니다.

‘신식교육’을 전혀 받지
못해 ‘낫 놓고 기역자만’
겨우 아시는 할머니도
꼬깃꼬깃 감춰 두셨던
쌈지돈을 쥐어주십니다.

지난 금요일 담임선생님은
오늘이 마지막 야간자율학습 시간이라며
초코렛을 건네셨습니다.
다신 이 교실에서 할 수 없을 시간들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그 날을 위해
지난 12년간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 그 모든걸
쏟아부으려 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입시였습니다.
한동안 고교등급제가
우리를 괴롭혔고
7차 교육과정 1세대라는
꼬리표가 부담스러웠습니다.

14일 시작된
문제지와 답안지 수송.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73개 시험지구로 보내는
문제지가 차량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수능 한파
날씨가 더 춥게 느껴지는건
우리들 마음 때문이겠지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이시여
올해는 부디 지각하거나 아픈 학생
없게 해주옵시고
시험 중에 좌절하고 나오는 학생
눈물 흘리는 학생
삶을 포기하는 학생도 없게 해주옵소서.

모든 수험생 부모님
그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총성없는 전쟁터에 나가는
수험생 여러분
모두가 승리하길 바랍니다.

2004. 11. 15
모든 수험생과 가족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