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목민관은 백성들이 버리지 않는다

요즈음 신문이나 TV 등 매스컴을 통해 일부 자치단체장들이 뇌물수뢰죄로 구속당했다는 소식을 흔히 접하게 된다. 국민의 공복으로서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들이 이같은 짓을 한다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이들은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자들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이런 자들이 뻔뻔스럽게 자치단체장 노릇을 하고 있으니 기막힌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적인 수치요, 창피스럽기 짝이 없다. 그리고 이런 인간들을 뽑아준 유권자들 또한 문제이다. 물론 미리 알았다면 뽑아주지 않았겠지만, 앞으로 선택시 좀더 냉정하고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맹자(孟子)？에 보면 ‘벼슬을 가진 자가 그 직책을 다하지 못하면 떠나야 한다’는 구절이 있다. 관직에 있는 자, 특히 목민관이 그 직책을 다하지 못하면 물러나는 것은 당연하다는 말이다. 그러나 자고로 무능한 목민관들은 대부분 자신이 무능하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자리에서 물러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러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자들은 국가와 국민에게 해를 입히는 자들일 뿐이다.
？서경(書經)？에 ‘백성의 마음은 일정하지 않아 오직 사랑해 주는 사람을 따른다’는 구절과, ‘사사로움을 버리고 공익을 위한다면 백성이 진심으로 따르게 된다’는 구절이 있다. 백성은 은혜를 베푸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마음을 주고 따르며, 공평한 마음으로 사사로움을 눌러 정사를 베푼다면 백성은 신뢰하고 따르게 된다는 의미이다. 참으로 지당한 말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이 ？미암일기？에 있어 소개한다.
“황해감사가 서장(書狀)을 올렸는데 그 대략은 다음과 같다. ‘해주(海州)에 사는 백성 김응두(金應斗) 등 천여 명이 연명하여 올린 소장(訴狀)에, 본주 목사(牧使)·판관(判官)은 천성이 자상(慈詳)하여 도임한 첫머리에 폐단을 제거하는 정사를 시행하여, 부역이 지극히 균평하고 송사(訟事)가 지극히 간이(簡易)하여 간사하고 교활한 악풍(惡風)이 저절로 없어지고, 정사가 맑아지고 교화(敎化)가 행해져서 읍과 촌이 모두 기뻐하고 있사옵니다. 판관은 크고 작은 모든 일을 한결같이 상관의 명령에 의하여 위에서 하는 일을 아래서 본받으며, 과중한 세금을 부과하지 아니하되 국고(國庫)가 충실하고, 엄한 형벌을 시행하지 아니하되 사무가 다 잘 처리되며, 스스로 몸단속을 잘하고 성품이 본시 지극히 검소하고 결백하여 별로 명예를 구하는 일이 없으니, 비록 옛날의 순리(循吏)라도 이에 지나지는 못할 것입니다. 비록 임기가 다 되더라도 응당 유임되기를 원하였더니 천만 뜻밖에 애매한 일로 인하여 파직을 당하게 되니 주민(州民)이 두모(杜母)를 갑자기 잃게 되어 모두 민망해 하고 있습니다. 관청에 적치된 쌀·밀가루·어물 등의 물품은 요즘같이 풍부한 때가 없었는데 탕진했다는 말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민망해 하고 있습니다.

… 또 교생(校生) 홍정(洪汀) 등이 연명한 소장에, 판관이 도임한 처음부터 청백하고 백성을 불쌍히 여겨 온갖 폐단을 제거하고, 부역을 경감하며 수입을 계산하여 용도에 맞추어 관고(官庫)가 충실한데 애매하게 파직되었다고 하였다. … 신이 초도순시(初度巡視)할 때 해주 경내에 들어서니 고을 백성들이 가는 곳마다 모여서 목사·판관의 선정(善政)을 주상께 상주해 줄 것을 청하였습니다. 목사 이인(李 )은 본시 목민(牧民)을 잘하기로 이름났거니와, 판관 최세해(催世瀣)는 본시 이름난 일이 없으므로 뜻을 두고서 그 소위를 관찰한 바, 청렴하고 근신한 몸가짐을 조금도 함부로 하는 과실이 없으며, 과세하는 것은 경하고 용도(用度)를 절약하여 축적한 것이 진실로 주민이 올린 소장과 같았습니다. … 도내 수령 중 최세해 같은 자는 보기 드문 훌륭한 사람이온데 죄 없이 파직을 당하니 실로 애매하므로 본주의 주민들이 뜰에 가득히 몰려와 부르짖어 각기 그 정곡(情曲)을 다하며, 마을마다 서로 한탄하여 기상이 참담하오니 신이 그 상황을 눈으로 보고서 감히 아뢰지 아니할 수 없사옵니다’ … 주상 전하께서 비답을 내리기를 ‘대간(臺諫)이 된 자는 논사(論事)한 경우에는 십분 자상이 살펴서 무고한 자를 죄에 빠지게 하지 말라. 인심이 불복하면 배척하는 것도 가하다’ 하였다. … 주상 전하께서 명하여 최세해를 그대로 유임하게 하였으니 상쾌하고 또 상쾌한 일이었다.”
대간들이 뭇 사람의 참소하는 말을 잘못 듣고 목민관의 파직을 주청하여 파직시키자, 억울하게 파직당한 훌륭한 목민관을 백성들이 소장을 올려 다시 유임시켰다는 내용이다.
？서경？에 보면 ‘백성들을 가히 가까이할지언정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는 구절이 있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이므로 위정자는 백성을 가까이 하려고 노력할지언정 얕잡아 보아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자치단체장이나 관공서의 책임자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자세히 보면, 모두가 나보다도 훌륭하다고 생각하고 국민을 위해 자신의 맡은바 직분에 충실해야 할 것이다.
연(燕)나라 소왕(昭王)이 황금대(黃金臺)를 높이 쌓아 놓고 천하의 인재를 구한 이야기도 있음을 잊지 말라. 자치단체장들에게 정약용(丁若鏞)의 ？목민심서(牧民心書)？ 일독(一讀)을 권하는 바이다.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