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없인 웃길 생각도 하지마!

사람의 오감 중에 기억력이 가장 좋은 건 후각이라 했다. ‘음~ 맛있는 냄새’, ‘이게 무슨 냄새지?’ 하는 똑똑한 감각이 후각이라면 시각과 청각은 어떤가? 여자는 청각에 민감해 목소리 좋은 남자를 좋아하며, 남자는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자들을 놓치지 않는 예리한 눈을 가지고 있다. 대개의 사람이라면 웃음을 주는 요인을 감각에서 찾으라면 어떤 걸 꼽을 수 있을까? 냄새로 웃기진 못 하는 게 분명하니(설상 가능하다 해도 그건 실지 눈앞에서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면 감지하지 못할 게 분명하다) 청각과 시각을 놓고 따지자면 어떤 것이 우선시 될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찰리 채플린처럼 전설적인 인물이 있다. 무성영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그 사람은 동작과 표정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그 웃음의 진실이 현실의 슬픔을 두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의 웃음이 현실이 되면 어떤 식으로 비쳐질지 궁금하다.
이주일의 ‘콩나물 팍팍 무쳤냐~’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코미디언의 유행어란 대게 간단한 멜로디를 띠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과거를 돌이켜 보면 더욱 그런데 ‘숭구리 당당 ’, 이나 ‘실례실례합니다’ 같은 고전의 유행어부터 최근의 ‘아하 그렇구나’와 같은 간단한 유행어들은 입에서 입으로 계속 불리워지고 있다.
요즘 개그 프로그램이라면 ‘웃·찾·사’와 ‘개그콘서트’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웃·찾·사’의 경우에는 굉장히 감각적인 일렉트릭 스트링 악기를 연주하는 3명의 some라는 밴드가 등장해서 코너의 전환을 음악으로 알려준다. 또 개그콘서트는 ‘웃·찾·사’의 원조격으로 볼 수 있는 이태선 밴드가 이젠 개그 코너에 카메오처럼 등장하기까지 한다.

‘웃·찾·사’의 병아리 유치원이란 코너를 보면 어른들의 시각으로 보는 조폭 유치원생들의 이야기를 동요 ‘솜사탕’과 함께 시작한다. 그 노래의 밝고 명랑한 분위기는 그 코너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 시킨다. 또 더 특징적인 건 화술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개그만이 아닌 퍼포먼스적 개그의 출현이다. ‘3분 드라마’라는 코너를 보면 각종 드라마와 영화, 광고까지 리메이크되는데 마무리 장면이 마치 한편의 뮤지컬을 보듯이 잘 짜여진 안무와 노래로 마무리 하는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 하다. 예전 ‘쇼 비디오자키’란 코너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KBS무용단과 출연 코미디언들이 함께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며 끝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뭐 그뿐이 아니라 ‘쓰리랑 부부’에 추임새를 넣던 그 장단도 생각이 난다.
개그 콘서트에 새로운 코너인 ‘춤추는 대수사선’이란 코너를 보면 코너 시작과 동시에 그르부한 음악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며, 중간 중간 삽입된 사건25시 프로그램 음악에 맞추는 안무는 보는 즐거움과 듣는 즐거움 두 가지를 함께 제공한다. 또 위에서 잠깐 얘기한 ‘아하 그렇구나’나 ‘괜찮아’와 같은 코너는 아예 소재를 음악과 노래로 하고 있는데 가사의 재미난 단어라든지 아니면 상황의 설정을 웃음으로 변환한 코너인 것이다. 이곳에 노래들은 전통가요, 동요, 팝송과 클래식을 넘나들고 예전과 현재의 유행곡도 함께 공존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다른 예로는 ‘쟁반노래방’을 들 수 있을 텐데, 동요를 끝까지 완창해야 하는 이 프로그램은 음악이 개그의 마무리 혹은 시작의 성격이 아닌 개그의 하나의 주제가 된 대표적인 예이다. 물론 그 음악 자체의 웃음꺼리가 있는 것이 아닌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의 발생되는 웃음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연예인들이 함께 나와 단순한 퀴즈를 풀어나가는 ‘브레인 서바이버’라는 코너가 있다. 지능이나 계산을 요구하는 게 아닌 아마도 집중력의 차이가 우승을 결정 지을 것 같은 이 코너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노래가 있다. 칭얼대던 조카도 이 노랠 듣고는 울음을 멈추는 걸 보고 너무나 신기했던 나는 그 주 신문에 실린 이 ‘올챙이송’이야기가 단지 의아스럽지만은 않았다. 단순한 멜로디에 간단한 가사는 한번 들으면 바로 기억할 수 있는 중독성을 가졌다. 사람들은 ‘올챙이송’을 기억하면 ‘브레인 서바이버’란 코너를 기억하고 MBC를 기억하게 된다.
음악이 음악자체로의 즐거움을 뛰어넘어 하나의 웃음의 소재가 된 것은 단지 소재의 가벼움이 아닌 또 하나의 웃음의 도구가 됐다는 즐거운 마음이 필요할 것이다.

김명범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 4>

▲KBS2TV ''개그 콘서트''의 한 장면.
김명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