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 주식거래엔 양도소득세가 없을까?

주식과 채권, 그리고 선물·옵션을 거래하는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로 비용이 든다. 주식을 거래한 후 증권회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증권회사가 고객의 주식거래를 대신 처리했기 때문에 내는 위탁매매 수수료이다. 증권거래소에서는 회원만이 거래를 할 수 있고, 증권거래소의 회원은 증권회사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증권회사에 지불한 수수료는 증권을 거래할 때 드는 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 왔다. 과거에는 증권회사의 수수료가 모두 같았지만 지금은 전부 다르고 형태로 다양하다. 반면, 세금은 증권을 거래한 투자자가 국가에 납부하는 것이다. 증권거래로 돈을 벌면 그 중에서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내는 세금은 증권거래세이다. 증권거래세는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팔 때에만 낸다. 주식을 사는 경우에는 어떤 세금도 없다. 지난 3개월 동안 우리나라의 투자자들이 납부한 증권거래세는 약 2,300억원 정도 된다. 그런데 주식을 팔 때 내는 세금으로 농어촌특별세라는 것이 있다. 언뜻 보면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이 지불한 농어촌특별세도 같은 기간 중 약 1,400억원 정도 된다. 그러나 농어촌특별세는 한시적인 목적세이고, 원래 증권거래세이던 것 중 일부를 변경한 수준이어서 전체적인 거래비용을 증가시키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주식 등 증권을 거래할 때 지불해야 하는 수수료, 증권거래세, 농어촌특별세는 구체적으로 돈을 내는 것이므로 명시적인 증권거래 비용이라고 한다.
그런데 주식과 관련된 세금은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배당소득세이다. 배당이라는 것은 회사가 이익의 일부를 현금 또는 주식의 형태로 주주에게 나누어주는 것이다. 현금을 주면 현금배당, 주식을 주면 주식배당이라고 한다. 배당이 있으면 투자자인 주주에게 소득이 발생한 것이므로 당연히 세금이 부과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배당소득세에 주민세를 얹어서 함께 부과하는데 세율은 16.5%이다. 세금은 소득이 있는 곳에 부과되는 것이 원칙이므로 주식을 사고 팔면서 소득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20%의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다만 증권거래소를 통하여 거래하는 경우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당장에 세금을 얼마 받는 것보다는 증권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외 주식을 자식 등에게 대가없이 주는 경우에는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증여세는 양도소득세보다 많은 것이 원칙이다. 배당소득세·양도소득세·증여세 중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명시적 비용으로 인식되는 것은 배당소득세이다. 양도소득세·증여세는 주로 회사의 실질적인 오너, 대주주 또는 법인간의 거래 시에 주로 발생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주식의 배당률이 높지 않으므로 배당소득세에 대한 인식이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명시적인 증권거래 비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수료와 증권거래세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주식거래에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은 이와 반대이다. 대부분은 주식거래의 소득이 있으면 그 소득의 일부를 세금으로 납부하는 자본이득세(capital gain tax)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언젠가 자본이득세가 시행되겠지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세금부과 문제로 증권시장을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세금을 예정대로 거둘 수 없게 되는 것은 물론 증권시장의 거래를 위축시켜서 산업자본의 조달 기능을 마비시킬 가능성마저 있다. 자본이득세의 문제는 주식시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고 선물·옵션시장에서도 발생한다. 주식거래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한다면 선물·옵션거래의 소득에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주식거래차익에는 세금이 없는데 선물·옵션의 거래차익에 세금을 부과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이러한 경우가 발생하면 선물·옵션의 가장 중요한 경제적 기능인 차익거래와 헤지거래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만일 선물·옵션시장을 통한 차익·헤지거래가 불가능하면 시장의 존재 이유가 없어지게 될 것이다. 그러한 일이 실제로 벌어지면 한국 역사상 가장 성공한 금융거래인 KOSPI200선물·옵션시장은 그 지위를 다른 나라에게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법학·졸>

▲명시적인 증권거래 비용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수수료와 증권거래세이다.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