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미디어의 새로운 지평, 공동체 라디오-마포 FM 100.7Mhz

더이상 소수의 문제가 아니다

거대담론과 방송에 묻히기 쉬운
소수자 목소리 들려주는 마포FM


지친 하루를 끝내고 내일로 가는 자정, 수요일 밤 12시. 여성, 성적 소수자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차별받던 레즈비언들에게 입과 귀가 열린다. 그녀들의 일상, 고민, 사랑에 관한 사연과 엄선된 곡들에 귀를 기울여본다.
일반과 이반의 경계는 누가 만들었던가. 누가 그들을 ‘소수’로 명명하는가. 공중파 방송 3사, 주류 라디오 프로그램 어디에서도 들어볼 수 없던 생생한 목소리.
국내 최초의 레즈비언 라디오 방송 레주파(lezpa) L-양장점이 마포 FM 100.7Mhz를 타고 흘러나온다. 뿐만 아니다. 매일 오전 11시에는 날마다 다른 주제로 빈곤, 장애, 실업, 지역의정, 생태도시 문제를 고민하는 ‘톡톡마포’가, 주말 오전 10시에는 시각 장애인, 노인을 위한 ‘책 읽어주는 라디오’가 방송된다. 인디음악을 중심으로 독립음악을 다루는 ‘마음가는대로’와 페미니스트 라디오 ‘여성해방 주파수-야성의 꽃다방’ 또한 주류 방송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소재를 소화하고 있다.
“기존 방송이 외면하는 소외계층의 얘기를 다루고, 마포지역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대안 미디어” 를 표방하는 마포FM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출력 공동체 라디오 방송이다. 소출력 라디오는, FM 주파수 대역에서 1W 이하의 작은 출력을 이용해 제한된 지역에서 방송되는 비영리 매체이다. 일본, 미국, 호주, 프랑스 등에서는 오래 전부터 보편화 되어 있다.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낸 남아공의 ‘소렌토 라디오’, 세계적인 가수 비틀즈를 등장시킨 영국의 지역방송 ‘레소난스’,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지역주민에게 대피장소와 구호물품 배급장소를 방송하며 진가를 발휘한 ‘시부야 FM’ 등이 이에 속한다. 전 세계 1백60여 개국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소출력 라디오가 우리나라에도 뒤늦게 시작된 것이다.

거대담론과 거대방송에서 묻혀버리기 쉬운 ‘우리 동네’의 이야기는 물론, 소수자의 목소리를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는 이 방송은 지난 2005년 9월 개국하여 지금까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 비록 비영리 매체로서 겪는 재정적인 부담과 제한된 청취지역의 한계를 안고 있지만, 마포 FM은 시작단계에서부터 개국, 운영에 이르기까지 튼튼한 준비과정을 거쳤다.
성미산 지키기 운동에서 비롯된 ‘마포연대’의 힘은 시민미디어운동으로 그 영향을 넓히면서 지역시민자치운동에 틀을 잡았다. 공동육아와 대안학교 운동을 10년 가까이 이어온 ‘성미산 학교’, 지역시민을 대상으로 먹거리운동을 펼쳐온 ‘마포생활협동조합’, 홍대 공연 문화를 지켜온 ‘홍대앞 문화협동조합’등 많은 시민단체가 준비하고 지역시민의 자발적 참여와 후원이 마포FM을 만들어 냈다.
대중매체에서 발현되는 ‘소수자’의 이미지는 한결같이 타인의 시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가난하지만 불굴의 의지로 살아가는 장애인, 억압과 차별에 시달리거나 사회적 문제아로 왜곡된 성적 소수자, 도움을 베풀어야할 ‘대상’인 빈곤 계층과 노인들. 주류 방송이 이들을 수용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이야말로 비장애인, 이성애자, 중산층, 젊은 세대의 시선을 대변하고 있다. 몇몇의 방송이 쇼 프로그램이나 호혜성 짙은 연중행사를 통해 소외계층 문제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지속가능한 운동이나 시청자의 인식변화에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여타의 시민단체와 미디어운동 단체들이 이러한 문제점을 지적하기는 했지만 생산적 담론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그동안의 현실이었다.
마포FM은 중앙 집중적이고 상업적인 대중매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그리하여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를 허무는 작업에 물꼬를 튼 것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주변에 장애인이 별로 없어서, 동성애자를 만나 본 적이 없어서, 빈곤 계층에게 다가서기 어려워서, 그들을 이해하기 너무 힘들다고.
혹은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들이라고. 그러나 소수자의 문제는 소수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소수자와 관계맺(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당신의 문제이다. 지역적 한계는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인터넷’판이 널리 퍼져있지 않은가.
이진주<국문·3> pearl2891@hanmail.net


▲ 마포공동체라디오 공식 홈페이지 ‘www.mapofm.net’. 지역주민이 아니어도 인터넷 카페를 통해 방송을 듣을 수 있다.
이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