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살롱 (42)
천재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1971~ )

음악으로 분위기 창조


1980년대 중반, 천재 또는 신동으로 불리며 전세계에 주목을 받았던 예브게니 키신. 그도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1990년대 초반, 그는 대중 스타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다. 그 당시 세계 유수의 언론이 앞 다퉈 그를 소개했고, 클래식 음악계의 불황도 그의 음반과 연주회에서는 맥을 추지 못했다. 그러나 키신은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인기에 편승해 다른 연주자들처럼 낭만적인 소품 모음집을 남발하지도 않았고, 매번 일정한 실력으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며 전설을 만들어갔다.
게다가 대중들에게 휩쓸려 스스로를 돌보지 않는 우를 범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차분하게 실력을 가다듬으며 대중들을 만족시킬 줄 알았다. 대중들은 키신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예술인은 언제 어디서나 감정을 쏟아 분위기를 창조해낼 수 있어야 합니다. 순간적인 심적 변화로 연주를 망치거나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습니다. 진정한 연주가는 어떤 기분에 지배를 받아서는 안 됩니다. 매번 자신의 연주를 최상으로 만들 수 있는 평상심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 예브게니 키신
피아노 콩쿠르를 거치지 않고 성공한 몇 안 되는 연주자인 그는 이렇게 한 번도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실력을 닦아왔다.
‘신동 중의 신동’ 예브게니 키신이 드디어 한국에 온다. 내달 8일 첫 내한 독주회를 가질 예정. ‘드디어’라는 표현을 쓴 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인 그의 첫 한국 방문이거니와 국내 기획사들도 그를 데려오기 위해 무려 10년간이나 공을 들여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를 기다린 건 기획사뿐 만이 아니다. 그동안 그의 명성을 음반과 화면을 통해서만 접했던 국내 음악팬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팬들의 기대와 호기심을 반영하듯 입장권도 일찍이 전석 매진됐다.
키신의 내한공연 프로그램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3번’과 ‘피아노 소나타 26번 고별’, 그리고 그의 장기인 쇼팽의 ‘스케르초’ 전곡이다. <丞>
취재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