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청계천을 서울의 자랑거리로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서울에서 가장 복잡하고 시끄러운 곳으로 여겼다. 주변을 낙후시키고, 서울의 이미지를 해치는 주범으로도 지적 받았다. 또한 청계고가도로를 이루고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는 근대화·산업화의 상징이 아니라 개발시대의 무지가 낳은 흉물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런 청계천이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다. 2년전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시민들의 생활공간이자 휴식공간이 된 청계천은 이제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중이다. 이번호에는 청계천의 새로운 문화아지트로 떠오르고있는 ‘청계창작스튜디오’를 방문하기로 했다.

 햇볕이 좋았던 지난 5일,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스튜디오가 위치해 있는 관수교로 향했다. 날씨가 좋아서인지 청계천으로 나들이 나온 시민들이 많았다. 스튜디오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다 공구가게에서 중매상으로 보이는 사람이 주인과 흥정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현재 청계천 도로 양편으로 공구상, 조명가게, 신발상회, 의류상가, 헌책방, 벼룩시장 등 크고 작은 상가들이 밀집해 있는데 이곳들이 사라지고 대형마트들이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들은터라 조금 안타까웠다.

 스튜디오는 센추럴관광호텔 1층에 위치해 있었다. 사실 처음에는 허름한 건물 외관 전경에 조금 실망했다. 약간 무섭기까지 했다고 말하면 대충 짐작하실런지. 호텔리어의 안내를 받고 조심조심(?)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첫 감탄사였다. 스튜디오안에는 신비로운 느낌이 드는 음악이 잔잔히 흘렀고, 정면으로는 아주 멋진 서울 전경 사진이 시선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에는 ‘서울, 침묵의 풍경’ 이라는 주제로 안세권 작가의 사진 영상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 스튜디오는 지난해 7월 서울시에서 호텔의 주방자리를 임대해 새로 꾸민 뒤 서울문화재단에 맡겨 운영하는 갤러리다. 작가들의 기술력과 예술성을 결합한 독창적 작품을 개발·제작·전시 할 수 있는 청계창작스튜디오를 운영함으로써 청계천을 주변 문화거점으로 조성하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계획이 깃든 공간이기도 하다.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집중에 집중을 거듭하고 있을 찰나, 우연히 작업중인 작가를

만 났다. 덕분에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작가의 작품에는 재개발지역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궁금해 넌지시 작가에게 질문을 했다. “서울 안에서 화려한 것은 화려하지 않게 찍고 화려하지 않은 것은 화려하게 담아냈어요. 이 사진 어떤가요?” 갑작스런 작가의 질문에 “안타까운 장면인데 한편으로는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자 작가는 사진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재개발지역은 담이 없어요. 개방적이어서 빛이 훨씬 잘 퍼지죠. 그래서 아름다워요. 서울 어느 곳보다도 화려합니다. 서울이 실제로는 끔직한 도시일 수 있지만 밤에는 설탕과 같은 빛을 뿌려놓은 듯 아름답죠.” 작가는 이번 작품들을 통해 재개발지역과 도시의 꿈, 유토피아를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뜻밖에 작가와의 만남, 그리고 작가의 친절한 작품설명은 다른 대형 갤러리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유익한 즐거움이었다. “좋은 관객을 만나 기뻤다”는 작가의 훈훈한 인사말은 다시 한 번 이곳을 찾게할 이유가 되었다.    

 스튜디오를 나와 잠시 청계천 주변을 거닐었다. 작가가 이야기한 ‘재개발 땅에 핀 푸른 꽃’을 찾아 보기 위해서말이다. 이상하게도 재개발지역으로 지목된 곳 모두가 처음과 다르게 느껴졌다. 그렇게 한참을 거닐며, 아주 느린속도로 천천히 마음을 카메라로 여기며 프리즈 컷을 담아 보았다. 청계천에 핀 푸른 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 하면서. 문화가 흐르는 청계천변에는 작가가 심어놓은, 관객이 심어놓은 푸른꽃들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다.

[안세권展]‘서울, 침묵의 풍경’ 사진 영상전은 오는 20일까지 전시 할 예정.
찾아가는 방법: (지하철) 종로3가 13번 출구에서 청계천방향으로 도보로 5분거리.  
 

차윤단 기자  youndani@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