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 힘 삶의 가치

인생의 뿌리를 다지는 청년기에 치열한 고민을

의대 재학 시절이던 1988년 처음으로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개발하여 직원 수 300명에 이르는 안철수연구소를 경영하는 현재까지 벌써 1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사이 나는 이십대 청년에서 어느새 불혹의 중년이 되었다. 그럼에도 아직은 스스로를 살아갈 날들이 더 많은 젊은이라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 이루고 싶은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데 나이는 큰 제한 요소가 아니다. 그러므로 20대, 30대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의 지침이면서 나조차도 항상 다짐을 하는 몇 가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째, 스스로를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자는 것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많다. 두뇌가 좋은 사람, 언변이 뛰어난 사람, 재산이 많은 사람, 그리고 지위가 높은 사람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일종의 외적인 결과이며, 결과만을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사람의 내적인 능력을 살피고 그것을 자기 발전과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함께 공부하고 일하는 동료와 스스로를 비교하는 것은 감정의 소모일 뿐이다. 내면의 기준을 정하고 내가 그에 부합하는지를 냉정히 체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둘째,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다. 이것은 미래를 낙관하며 준비 없이 지내라는 것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사람들은 결국 자기 인생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 긍정적인 시각으로 사물과 현상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스스로가 즐거울 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밝게 만든다. 나의 대학 동기들 중에서 현재 어느 정도 성공하고 두각을 나타낸 친구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경우이다. 학생 시절엔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사십대 초반에 이미 차이가 나는데 인생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의 결과는 더욱 클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되 늘 긍정적인 자세로 미래를 계획해야 할 것이다.
셋째, 매 순간을 충실히,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 지난 이라크전 때 한 종군 여기자의 글을 인상 깊게 본 적이 있다. 당시 기자가 후송부대를 따라서 바그다드에 입성하는 과정에 적은 글로서, 앞으로 나아가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을 선택할 것인가 혹은 한국의 신문사로 복귀할 것인가를 놓고 갈등하는 순간을 적은 글이다.
기자는 그 시점에 그만두면 앞으로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항상 도망만 다니게 되지 않을까, 그것으로 인생에서 다시는 넘을 수 없는 한계선이 그어지지 않을까 두려워하며 ‘선택할 수 있어서 괴롭다’고 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다. 그 순간마다 매번 이것이 나의 한계를 긋는 순간이라는 생각을 해보자. 자기 스스로 인생의 한계를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사는 사람은 자연히 그 한계가 넓어지고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도저히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난 여기까지야.’라고 포기한다면 그 사람은 평생 그 정도의 범위 내에서만 살 것이다.
마지막으로 삶에 원칙을 만들자는 것이다. 성인이 되면 스스로의 판단으로 해결에 가야 할 무수한 선택 앞에 놓인다. 이 때마다 비록 완벽하진 않아도 그 모든 것을 일관성 있게 판단할 수 있는 원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은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많다고 하는데 그것은 종교 안에 가이드라인, 즉 원칙이 있기 때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각자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일관성을 찾으면 그것이 자신의 삶의 원칙이 되는 것이다. 그것을 인식하고 나면 자신의 무게 중심을 잡을 수 있다.
20대 초반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지배당하기 쉬운 때이다.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일치하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잘할 수 있는 일은 알기 쉽지만 하고 싶은 일을 찾는 데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당장 전망이 밝다고 하는 일만 추구하다보면 그 분야가 쇠퇴한 후 또 다른 일을 찾아야 하므로 장기적인 시각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조금씩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다. 그럴 수 있는 때가 대학 시절이 아닌가 한다. 인생의 뿌리를 다지는, 황금처럼 소중한 시절에 치열한 모색을 해보기를 권하고 싶다.

■약력
- 서울대 의대, 서울대 대학원 의학박사, 미국 펜실베니아 공대 및 와튼스쿨기술 경영학 석사
- 現 정보보호산업협회 회장, 아시아 안티바이러스연구협회 부회장,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
안철수  안철수연구소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