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최초의 주지사 소환선거가 그동안의 지루한 법적 공방을 마무리짓고 오는 10월 7일 실시된다. 주민소환투표는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일정한 수의 등록 유권자가(이번 경우 80여만 명) 서명을 하면 주지사를 해임할 수 있는 투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소환하자는 쪽의 이유는 납세자 세금의 과도한 지출, 캘리포니아 주 정부 재정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실책, 지방 정부에 대한 기금 삭감에 따른 공공안전 위협, 에너지 대란에 따른 막대한 비용 지출에 대한 적절한 해명 실패 및 심각한 상황 도래에 대비한 주 정부의 주요 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대처 실패 등을 내세워 1백만 명이 훨씬 넘는 서명을 받아냈다.
미국에는 소환 서명을 직업적으로 받는 사람들도 있다. 가깝게 시애틀이나 아리조나주 피닉스에서, 멀리 미주리주나 뉴욕 등지에서 원정을 온 ‘꾼’들이 캘리포니아 유권자에게 열변을 토하고 서명을 받아내는 것이다. 서명 1건당 1달러를 받는다고 한다. 소환캠페인 본부 쪽은 서명 경비로만 1백만 달러 이상을 책정했다고 한다. 이같이 서명 받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 미국 안에 5천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레이 데이비스 주지사 쪽은 선거를 하게 되면 납세자가 2-3천만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며,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8백여만 명의 지지를 받아 재선된 주지사를 소수의 보수 정치인들이 정당하게 이기지 못하자 이제는 다른 술책으로 해임시키려 하고 있다고 비난하고있다.
쉽게 풀어보면, 서울시장이 시민이 낸 세금을 과도하게 지출하고, 시 재정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실책이 있어 그만 두어야겠다며, 3백만 표를 얻어 시장에 당선되었다면 30만 명의 서명만 받으면 서울시장 선거를 다시 하는 것이다. 지금의 서울시장이 이러저러한 잘못이 있다고 유권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설명을 하고 서명을 받아서 상대캠프에 갖다주고 돈까지 받는 것이다. 그러한 때가 되면 부산에서도 오고, 광주에서도 와서 서명을 받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꽤 된다는 것이다. 서명을 해주고 돈을 받는 것은 불법이지만 서명을 받아서 모아 주는 것은 합법이다. 우리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무척 많은 차이가 있다.
소환선거에서 투표한 사람의 과반수가 찬성을 하면 시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이때를 대비해서 다음 주지사를 선택한다. 주지사를 하겠다고 출마한 사람이 자그만치 135명이다. 투표용지가 아니라 6쪽에 앞뒤로 빼곡하게 이름이 적혀있는 작은 책자 같다.
미국 시민권 보유자로 캘리포니아 주민이며 유죄판결로 감옥에 있거나 집행유예에 있는 상태가 아닌, 2003년 10월 7일 기준으로 18세 이상의 사람이 3천5백 달러만 내면 투표용지에 이름이 들어가고 선거공보에 250단어 내외의 자기견해를 밝히는 주지사 후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공화당 소속의 슈워제네거, 민주당 소속의 부스타만테 중 한사람이 가장 많은 표를 얻겠지만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 소속의 후보가 50명, 공화당 소속의 후보가 37명 등 가지각색의 당, 무소속 이렇게 135명이 출마를 한 것이다.
부르크 아담스라는 무소속 후보는 “앞장을 서거나, 따르거나, 아니면 비켜주십시오. 이제는 신세대가 앞으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저는 25살의 무소속 후보로, 캘리포니아의 문제점을 바로 잡을 용기를 갖고 있는 경영인입니다. 캘리포니아의 부흥을 위해 저는 열심히 일할 것입니다.” 라고 썼다. 마이클 우즈낵이라는 민주당 소속후보는 “저는 은퇴한 오클랜드 경찰관입니다. 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우리 경제의 재생, 개인 책임의 강조, 주 및 지방정부의 재정 책임에 대한 강조, 그리고 교육의 개선 및 범죄의 감소입니다.” 라고 자기견해를 밝혔다. 그중 건전한 것들이다. 아주 상식적이지 못한 내용도 많다.
민주, 공화 등 주요 정당뿐 아니라 그 어느 정당에서도 공천이라는 것이 없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그레이 데이비스 현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인데도 공화당 보다 더 많은 후보가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소환찬성이 유효표의 반을 넘지 못하면 그레이 데이비스가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주지사 직을 계속 하게 된다.
황당무계한 제도 같지만 이러한 것이 미국을 끌어가는 힘으로 보인다.
<진천규>  <LA 미주한국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