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년, 갑작스레 찾아온 외환위기 앞에 모든 국민들은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온 지난날이 있기에 결코 쉽게 포기할 수만도 없었다. 다시 나라를 살려야 된다는 굳은 신념하나로 4천만 온 국민들이 똘똘 뭉쳤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시작된 운동이 바로‘금 모으기 운동’이었다.
당시, 행사가 처음 시작될 때만 해도 이 운동이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결정적인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이 운동으로 인해 우리는 외환위기를 극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할머니의 묵은 금가락지에서부터 아기 돌 반지까지, 나라를 살리겠다는 국민들의 용광로보다 더욱 뜨거운 열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천안캠퍼스 부총장실에서는‘금 모으기 운동’처럼 재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이 모인‘사랑의 헌혈증 모으기’행사 전달식이 열려 가을날의 쌀쌀한 캠퍼스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사랑의 헌혈증 모으기’행사는 천안캠퍼스 제19대 총대의원회(이하 총대)가 마련한 행사로서, 혈액을 필요로 하는 재학생들에게 헌혈증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9월 22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한 달여 동안 실시됐다. 그렇게 해서 모인 헌혈증이 무려 3백 59장이다. 이 중 91장은 스포츠과학부 재학생 한 명이 급하게 필요로 해서 1차적으로 먼저 전달됐다.
이날 행사장에는 송하섭 부총장을 비롯한 김명호 병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행사기간 동안 모아진 헌혈증 중 91장을 제외한 총 2백68장의 헌혈증이 김명호 병원장에게 전달됐다.
전달식 행사가 모두 끝이 나자, 행사장 한켠에서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는 이가 있다. 이번 행사를 처음 계획하고, 가장 앞에서 뛴 황준상(스포츠과학부·4)총대의원장이었다.
“우리 주위에 혈액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그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처음 8월말 간부수련회에서 이 건의안을 내놓았을 때는 호응이 좋았지만, 정작 행사기간 동안 재학생들의 참여가 높지 않아서 많은 애를 먹었습니다.”
그의 말처럼 이번 행사가 처음부터 성황리에 치러진 것은 아니다. 처음 행사가 시작되었을 때 재학생들의 태도는 냉담했다. 재학생들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일주일에 몇 번씩 상임의장단 회의를 소집하는 날이 허다했다. 캠퍼스를 뛰어 다니며 재학생들에게 참여를 간절히 호소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래서인지 재학생들도 조금씩 관심을 보이게 되었고, 스포츠과학부의 경우는 행사 마지막날인 27일, 1백50여명이 단체로 헌혈을 하고 그 자리에서 1백13장의 헌혈증을 총대 측에 기증했다. 이렇게 해서 모인 헌혈증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것이었다.
한편, 총대에서는 십시일반으로 성금도 모았다. 각 단과대 상임의장들과 총대의 사업비에서 각각 50만원씩 총 1백 만원을 모은 것이다. 이 중 절반은 헌혈증을 전달한 스포츠과학부 재학생 한 명에게 이미 지난주에 지급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경상대 재학생 중 가족이 병상에 있는 한 명에게 이번 주 내로 지급할 예정이다.
“첫 번째 행사이다 보니 행사 진행부분이나 홍보 부분에서도 미흡했던 점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번 행사를 거울삼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례 행사로 이어져 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는 조용히 진행하려고 했던 행사가 자칫 보여주기 위한 행사로 커지게 된 것 같아 아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장의 헌혈증은 그리 큰 힘을 발휘하지 못 한다. 하지만 그 한 장이 모이고, 또 모이면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총대의‘사랑의 헌혈증 모으기’가 그 물꼬를 트게 됐다는 것만으로 이번 행사의 성과는 크다. 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의 손길을 전할 수 있는 행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박정길 기자  <irisjg@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