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공학적으로 유전자의 형질을 변조하여 새로운 종을 만들어 내고 복제하는 생명공학기술로 신의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은 복제양 ''''돌리''''가 탄생(1997)한 이후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 이러한 유전자의 변조는 생명공학 뿐만 아니라 예술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미디어 시티 2002''''(서울시 주최)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E. 카츠(Eduardo Kac. 포르투갈식 발음으로 이렇게 읽힌다. http://www.ekac.org 참조)는 상호작용형 예술, 트랜스제닉 아트(Transgenic Art), 텔레프리젠스 아트(Telepresence Art)와 같은 분야의 개척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62년 브라질의 리오 데 자네이로에서 태어났으며, 예술가이자 저술가로서, 현재 미국의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작업하고 있다.
그의 ''''트랜스제닉 아트'''' 중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Genesis>라 불리는 작품으로서, 1999년 스위스 린츠에서 열린 [Ars Electronica 99]에 출품되었다. 여기서는 실제 살아있는 박테리아들에 자외선을 비추어 현미경 사진용 카메라로 촬영하여 실시간 화면에 나타낸다. 이 박테리아들은 형광색의 발광 유전자와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즉 작가가 만든 두개의 유전자를 첨가하여 만들어졌다. 그는 이 새로운 유전자를 만들기 위해 창세기 구절을 모르스 부호(Morse Code)로, 그것을 다시 DNA로 전환시킴으로써 자연에 존재하지 않는 ''''예술적 유전자''''로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이것은 과학자나 예술가들만의 고유 영역이 아니다. 그는 이 생물학적 창조의 영역을 관람자들에게도 개방한다. 웹을 통해 접속한 관객들은 전시장의 박테리아 위의 빛의 양을 조절함으로써 세균의 돌연변이 발생을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변형된 돌연 변이 박테리아는 실시간 화면에 각기 다른 움직임으로 나타나 관람객이 예술가의 영역을 침범하고 또한 신의 영역에까지 침범하게 되는 달콤한 기회를 갖게 된다. 이렇듯 유전공학의 발달은 과학뿐만이 아니라 예술의 새로운 창조적 영역의 확대를 가져 왔다.
이어서 추진된 것이 ''''GFP(Green Fluorescent Protein) BUNNY프로젝트(2000)''''로서 카츠에 의해 디자인되고 프랑스의 유전학자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여기서 태어난 ''''알바(Alba)''''라 불리는 토끼가 유명한데, 보통의 빛 아래에서는 다른 토끼와 구별이 되지 않으나 어둠 속에서는 눈과 털 등에서 형광 녹색을 낸다. 이 형광색의 발광체는 해파리에서 추출한 것인데, 일정한 빛에 노출될 경우 녹색으로 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배에 의하지 않은 유전자''''를 이용한 형질의 탄생이다. 우리는 과연 이 토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작가는 이 토끼를 가족처럼 돌보고 있지만, 게시판(http://sprocket.telab.artic.edu/ekac/bunnybook.html)에 3년이 넘도록 뜨겁게 이어지는 네티즌들의 의견도 참으로 다양하다.
이원곤  <서양화전공>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