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예술조형대학 예술조형학부 도예전공>교수

예술은 방향을 잃었다. 과거의 예술관은 이제 진부하여 졌으며, 과거에 네가 예술가였다면 이제부터는 내가 예술가이다. 과거의 관념은 해체되었으며 좀 더 개인화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현대는 예술이 아닌 것이 없으며 그것을 인식하는 행위 일체가 예술품이 아닌 것이 없다.
과연 현대의 예술은 무엇이며 예술가들은 누구인가? 의외로 답은 간단하다. 사물 또는 보이지않는 모든 것, 다시말해서 우주의 모든 것이 예술의 영역에 속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란 누구인가. 그는 우주의 생명력을 찾아서 표현해 내는 사람이다. 그런데 생명력은 그리 간단하게 찾아 지지 않는다. 은폐되어져 있거나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숨겨있거나 은폐 되어져있는 생명력을 찾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한다. 새로운 학문의 체계를 발견하여 사회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준 학자 역시 좋은 사회예술가 임에 틀림없다.
생명은 온 우주에 꽉 차 있다. 그것을 인식하는데는 눈,코,귀,입(미각), 촉각, 그리고 상상력까지 동원된다. 이것을 으뜸으로 갖춘때가 젊을때이다. 그리고 그것을 총체적으로 사랑이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인생의 목표라는 거창한 단어 보다도 학문이라는 무거운 굴레 보다도 보다 쉽게 접근되고 쉽게 다가오는 이성의 사랑이라는 생명력을 갖고 싶어한다. 대학에서 공부하는 일과 이성과 사랑하는 일 두가지 다 생명력이 있다. 그러나 전자보다 후자의 열병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좌절과 생명력의 힘을 느끼지 않았던 이가 어디 있으랴. 이들이 사랑을 할 때 온통 세상의 생명력이 자신들에게 왔음을 알리는 표징을 우리는 쉽게 발견 할 수 있다. 내가 생활에서 느끼는 생명력보다 그들의 강렬한 생명력에 나도 모르게 부러워하며 박수를 보내는 즐거움 또한 생명력을 느끼는 일이다. 그의 눈은 상대의 모든 것을 담고 싶어하며 그의 모든 것을 갖고 싶어한다. 보이지 않는것에 온갖 상상을하며 그의 생명체를 갖고 싶어한다. 사랑의 실패로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을 때 하늘이 무너졌다는 표현을 하고 흰눈이 올 때 헤어진다면 흰눈이 노오랗게 변했다는 절망의 표현 또한 강렬한 생명을 간직 하고자 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곧잘 사랑을 할 때는 누구나 예술가가 된다고 했다.
우주는 변하지 않는 것이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주는 변화라는 생명체이다. 이성간의 사랑에서 생명을 느끼는 일은 범상한 인물인 필자에게도 쉽게 올 수 있는 일이지만 큰 예술가는 감추어져 있고 은폐 되어져 있는 생명을 찾는데 익숙한 사람들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의식화 되었다는 말이다. 먹고, 마시고, 자는데 까지도 생명을 느끼는데 의식화 되었다는 뜻이다. 의식화의 생활화에는 본교 탈춤동아리가 대표적일 게다. 거의 매일 수업을 방해하든 말든 두드려대는 꽹가리의 소리는 비록 수업의 생명력과 필자의 작업 생명력을 여지없이 깨부수는 일을 하고 있어도 매일 매순간 의식화 하는데는 으뜸이라고 칭찬해주고 싶다. 이런 의식화로 세상의 모든것에 생명을 부여한 마르셸 뒤샹은 파리의 한 살롱전에 남성용 변기를 마르지 않는 샘 이라는 제목으로 출품하므로 변기에 생명을 불어 넣고 얌전빼던 귀부인들의 인식과 그때까지의 화가들에게까지 예술의 영역을 넓혀주었다.

만들어진 것에서도 생명을 느끼는 눈만 있으면 생활의 모든 것이 예술이라는 것, 바꾸어 말하면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생명이라는 눈으로 바라본다면 예술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 이었다. 이 말은 지금도 유효 하며 그것을 공감하는 우리는 예술가의 소질과 예술가임을 확인하게 된다. 이렇게 살롱전을 희롱하였던 작가나 폐차장에서 압축기를 이용하여 폐차더미를 거대한 조각품으로 만든 작가 모두 일상생활에서 이용되거나 폐기된 것에서부터 생명을 찾아내 다시 우리에게 새로움으로 다가오게 하였던 것이다. 더 쉽게 찾을 수 있는 일은 매일 우리의 식탁을 준비해주거나 해 주었던 어머니들이 매일 수없이 많은 감자나 배추를 다듬으며 생명을 다루며 익혔다. 솜씨가 얼마나 생명력을 발휘 했으며 수 많은 작품을 우리에게 선물 했던가를 알면 단연 그들이 위대한 예술가 였음을 확인 하게 된다.
더구나 우리의 파괴된 심성을 소리없이 참아주고 감싸 주었던 끊임없는 생명력은 도대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의식화를 넘어 본능적인 그 생명력을 찾으려는 노력은 우리의 도처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성공의 확률이 적은 실험을 수 없이 하고 있는 옆에 간단한 취사 도구와 함께 놓여진 침구에서 생명을 느낄수 있으며 변하지 않는 사회 구조와 맞서 구조의 변화를 위해 사람들을 설득하러 다니는 씩씩한 교수의 뒷 모습에서 생명력을 확인하며 형편이 여의치 않는 데도 자존을 지키며 학업을 계속하려는 동료 학우의 아르바이트를 돕는 그가 우리의 예술가이며 그들에게서 우리는 무한한 생명을 갖는다.
박종훈  <도예전공>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