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덤 스미스는 꿀벌의 우화(fable of the bees)를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기본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꿀벌이 꿀을 찾아 이 꽃 저 꽃을 날아다니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꽃가루를 옮겨 꽃의 수정을 돕게 되듯이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각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사회전체의 이익도 증진시킬 수 있다는 의미이다.
신용사회의 구축이란 측면에서 볼 때 신용카드의 사용증가는 거래의 신뢰성과 투명성 제고를 통해 선진신용 사회의 도래를 앞당기는 촉매제가 된다는 뜻에서 사회경제적 효과가 크다고 할 수 있겠는데 신용카드시장에서의 밴(VAN)업체들의 역할과 그에 따른 신용사회의 조기정착 현상이야말로 바로 이 같은 우화(寓話)가 의미하는 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외국과 달리 신용카드 밴업체들을 중심으로 신용카드시장이 발전하고 있는데 이들은 신용카드 결제시 가맹점의 단말기와 카드사 호스트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카드 거래 승인, 매입요청 자료 전송중계, 매입요청 대행 등의 결제서비스 즉 부가가치통신망(value added network)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카드사로부터 일정 수수료를 받아 매출수익을 올린다. 카드 사용률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들의 수입수수료가 증가하기 때문에 카드밴 업체들로서는 신규 가맹점 확보와 단말기 보급 및 네트워크 구축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신용카드시장의 확대와 자사의 시장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그 동안 전력을 기울여온 것이 사실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카드밴 업체들이 우리나라 신용사회의 조기정착을 위해 첨병 역할을 했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도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카드 보급 노력이나 정부의 제도적, 정책적 지원이 국내 신용카드시장이 발전하게 된 필수적 요소이었음은 물론이지만 특히 카드밴 업체들의 역할은 비록 그것이 사적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신용사회 구축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측면에서 꿀벌의 우화에 비유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혹자는 밴업체라는 것이 미국이나 유럽에는 없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라 해서 다소 부정적 시각으로 보기도 하지만 필자는 오히려 긍정적 측면이 많다고 본다. 왜냐하면 카드사와 은행 그리고 밴업체들이 적절히 분업화됨으로써 애덤 스미스가 말하는 소위 사회적 분업의 효과를 적절히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의 경우에도 최근 들어 우리나라의 밴업체에 해당하는 프로세서(Processor)들의 거래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음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렇게 쓰다 보니 마치 카드밴에 대한 예찬론이 된 것 같아 향후 발전을 위해 몇 마디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현재 신용카드 결제 위주의 밴업체 기능이 앞으로 전자화폐 결제, 인터넷 PG(payment gateway)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포괄하는 통합 VAN기능으로 급속히 발전될 것으로 전망되므로 이 같은 변화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둘째, 신규 밴업체의 진출 등으로 밴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됨으로 고객들의 수요나 애로점을 사전에 분석 대응할 수 있는 네트워크의 구축 또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기능의 강화가 필요할 것이다.
셋째로 향후 VAN 시장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시장 규모에 맞는 효율적 투자와 고객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한 밴업체들간의 상호협조체제 내지 역할분담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컨대 현재 다수의 밴업체들이 모든 신용카드사 및 은행들과 중복으로 전산 연결이 되어 있어 불필요한 통신회선비용 부담이 과중되고 있는데 이는 통신관련 수수료가 큰 폭으로 인하되고 있는 사회적 추세에 반할 뿐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확대를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또한 분실, 위변조 카드 등에 대한 조기신고 및 사고예방 시스템을 카드사와 공동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통하여 카드 사용의 피해를 줄이고 소비자보호를 강화함으로써 미래 신용사회의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경영대학원·신용카드학과·지급결제제도론전공>
탁승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