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욱의 현장경제23 미래의 경제적 위험

인공지능의 출현과 ‘승자독식’ 현상

금융 및 경제이론과 심리학을 접목한 것으로 유명한 예일대학의 로버트 쉴러교수는 1996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은행 직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시 주식시장의 주가가 비정상적이고 과대 평가되었다고 주장하였다. 이틀 뒤 미국 연방준비은행의 그린스펀 의장은 의회연설을 통하여 IT기술의 발전에 기반을 둔 신경제가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상태에 있다는 유명한 말을 하였다. 이 말은 시장을 관찰하던 분석가들에게 주식시장에 거품이 있다는 사실을 중앙은행의 총재가 확인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쉴러 교수는 미국의 주식시장이 치솟아 오르던 2000년 3월에 『비이성적 과열』이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하였다. 이 책은 그린스펀 의장의 연설과 더불어 미국의 신경제에 과감한 경고장을 발부한 것으로 결국 IT경제와 주식시장이 무너지면서 현실로 나타났다. 재미있는 사실은 언젠가 말했듯이 쉴러 교수의 가장 친한 친구가 와튼경영대학원의 제레미 시걸 교수인데, 두 사람의 의견은 완전히 반대이다. 시걸 교수의 책은 『장기주식투자』인데, 우량 주식에 대한 장기 투자가 가장 바람직한 투자기법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증권시장을 대공황 시기인 1930년부터 관찰하면 중간중간 부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의 장기적인 상승세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어쨌든 지금 두 사람 중에서 쉴러 교수의 유명세가 두드러진다. 올해 그는 위험관리의 개념을 확장하고 심리학적 해석을 시도한 새로운 책인 『새로운 금융질서』를 내놓았다. 신기하게도 그는 금융을 공부하는 사람이 통상 별 관심이 없는 경제적 불평등에 대하여서도 많은 것을 할애하였다. 그는 향후에 다가올 세상이 개인과 국가에 많은 위험을 야기하는데 이로 인하여 경제적 불평등이 극단적으로 심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의 근원으로 기술의 진보를 지목하였다. 기술의 진보가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반면 자동화를 통하여 기존의 블루컬러는 물론 화이트컬러도 실업자로 만든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유사한 예를 찾아 보면 19세기 영국에서 일어났던 러다이트(Luddite)운동을 떠올릴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직조기(천을 짜는 기계)가 발명되고, 직조공들은 실업자가 되었는데 문제의 심각성은 그들에게 실업이란 당장 밥을 먹을 수단이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그들은 지도자인 킹 러드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켜 자신들의 일자리를 앗아간 기계를 파괴하기 시작하였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들의 행위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한 것이고, 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새로운 직업을 양산함으로써 실업을 구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당시 직조공들이 당면한 현실은 자동기계의 출현으로 생존에 위협이 생긴 것이고, 이것이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쉴러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앞으로 적어도 수 십 년안에 다가올 일인데 과거의 양상과는 조금 다르지만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훨씬 심각하다. 그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상이 미래에 나타날 것이고, 그것 때문에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위험(Risk)이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먼저 인공지능(AI)의 출현이 이야기된다. 현재에도 신경망이론, 데이터마이닝, 퍼지이론과 같은 것들이 있어 많은 산업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그 용도가 제한적이고 사람과 비교하면 문제해결 능력도 그다지 뛰어 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면 향후에도 계속 사람으로 치면 유치원생 수준의 지능에 머무를 것인가? 조만간 초등학생을 뛰어 넘을 것이고, 결국에는 박사 수준의 인공지능도 나올 것이라고 한다. 그러면 웬만한 일은 컴퓨터가 다 해낼 것이다. 거기에는 관리직, 금융분석가, 영업맨도 포함될 것이다. 물론 훨씬 낮은 비용으로 처리할 것이며, 그 동안 그 일을 하던 사람은 실업자가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나타나는 현상은 승자독식현상(Winner-take-all-effect)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신기술은 법으로 보호받게 되고, 우수한 기술을 먼저 만든 사람이 모든 경제적 이익을 독차지 한다는 의미인데, 나머지는 보통이하의 수준으로 전락하거나 실업자가 된다고 한다. 다만, 쉴러 교수는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개인은 물론 국가 또는 그 이상에서의 위험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