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바로보기 ③SoRa''''s 5 Diary-

추억의 편린만 남긴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차분함과 절제 속에서 표현된 그녀만의 감성



track 8.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2000년 12월, 이소라는 4집 앨범인 「꽃」이후 그녀는 2년 후 조용히 그녀의 5집 앨범인 「SoRa''''s 5 Diary」로 돌아왔다. 그녀의 정규 5번째 앨범에서 그녀는 자신의 음악적 감성을 아주 차분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소라 자신이 전체 프로듀서를 맡았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지만 더 나아가 한 곡을 제외한 전곡의 가사를 직접 썼다는 점, 그리고 또한 그녀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김현철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첫 번째 작품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즉, 이건 다른 누구의 앨범도 아닌 진정으로 이소라 본인의 앨범이라는 것에 대해 나는 그 가치를 좀 더 더해주고 싶다.
현재의 사랑에는 그림자가 없다. 하지만 슬프게 끝나버린 사랑은 과거의 어느 시점에 머무르며 계속해서 추억의 편린을 남긴다. 그래서 과거의 사랑은 여운이 길고 깊다. 가슴이 아려오지만 버릴 수 없는 ''''나''''의 자취. 많은 사람들이 옛사랑을 소중히 보듬어 안고, 또 작품 속에 그것을 드러내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2년 만에 모습을 보인 이소라의 다섯 번째 앨범 「SoRa''''s 5 Diary」는 바로 그 추억 속의 사랑을 소재로 포착하고 있다. ''''소라의 일기''''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자신의 경험담을 고스란히 곡 속에 녹여냈다. 두툼한 부클릿을 넘겨보면,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웃고 울었던 지난 1년간의 생생한 기록을 볼 수 있다.
꾸밈없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듯 실제로 이 앨범은 요즘 앨범답지 않게 여타의 가공 작업을 하지 않았다. 거칠어 보이지만 그래서 친근하게 느껴지는 피아노 선율과 어쿠스틱 기타의 연주, 여기에 첼로와 오보에, 하프 등 클래식 악기가 곁들여져 음악의 소박함과 담백함을 뒷받침해준다.
「SoRa''''s 5 Diary」 중 백미는 8번째 노래인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이다. 이 노래는 전형적인 이소라식 발라드 같이 들리지만 예전의 〈제발〉이나 〈기억해줘〉와 같은 곡과는 엄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녀의 고질병이기도 한 부정확한 가사 전달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곡이다. 물론 그녀의 매력적인 비음이 섞인 창법을 고수하고 있지만 예전의 앨범에서 보여준 것과 같이 화려한 세션과 그녀의 과하게 포장된 감정 속에서 가사가 묻히지 않는다.
창법의 변화 없이 그녀의 가사 전달력이 훨씬 좋아진 이유는 그녀가 2번째 앨범 「영화에서처럼」을 발표했을 당시 언급했던 자제의 미가 비로소 진정한 의미를 찾은 결과라 할 수 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는 자화상의 멤버인 나원주가 작곡 했으며 물론 가사는 이소라 본인이 붙였다. 나원주의 감성과 이소라의 가슴 시린 가사와 그녀의 차분한 보이스가 한데 어울려 아름다운 곡을 완성했다.
이소라의 특이한 창법 때문에 예전의 앨범에서는 이소라의 목소리와 반주가 한데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인상을 주는 곡이 여러 곡 있었는데 이 노래는 그 전과는 달리 세션이 그녀의 보이스를 안아주는 듯한 느낌을 갖게 할 정도로 차분함과 조화로움이 느껴진다.
분명히 슬픈 선율과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가슴 아픈 곡임에 틀림없으나 그녀는 그녀 스스로의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덤덤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제발〉을 불렀을 때는 의도적으로 그 곡에 몰입하려는 다소 과장된 면모를 느낄 수 있었지만 이 곡에서는 그냥 감정의 흐름을 억지스럽게 부풀리지 않는다.
공허함이 느껴진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하듯 아주 최소한의 감정으로 내뱉는 듯한 그녀의 창법 속에 뭔가 채워지지 않는 공백이 느껴지고 그 공백이 듣는 이로 하여금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온다.
‘한결 같기를 원하면서 변화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 평범하기를 원하면서 특별하기를 원하는 그게 나’
앨범 속 일기를 통해 그녀가 그녀에 대해서 말한 부분이다.
어쩌면 그녀의 다섯 번째 앨범을 한 문장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녀만의 음악을 고수하지만 그 속에서 좀더 특별하게 변화된 앨범이길 원한 그녀의 작은 욕심이라 여겨진다.
이소라는 지금껏 5장의 정규 앨범과 한 장의 베스트 앨범 그리고 라이브 앨범을 발표하면서 그녀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왔고 이번 5번째 앨범은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앨범이라고 볼 수 있다. 예전의 앨범을 통해 보여준 아름다운 감성과 그리고 그 표현에 있어 조금은 차분해진 분위기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그런 역동적인 태도도 취하고 있지 않다. 그녀만의 음악 세계 안에서 좀더 성숙해진 면모를 보여준다.
「SoRa''''s 5 Diary」에서 보여준 차분함과 절제 속에서 표현된 그녀의 감성이 다음 앨범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이상지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5)
이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