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라고 말하면서 배움에 있어서 솔직한 태도의 중요성과 함께 자신이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인지하는 학습방법의 필연성도 강조하였다.
지식 기반 사회라는 21세기는 인재(人才)가 국부(國富)이며, 최고가 되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사회이다. 단지 질이 낮은 값싼 상품을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시대가 아니라, 독창과 창의가 일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이다. 따라서 대학에서는 사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적 지식을 타율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미래를 개척할 수 있도록 그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손자병법에서는 ‘나를 알고 상대를 알면, 모든 싸움에서 패하지 않는다(知己知彼, 百戰不敗)’고 하여 자기 자신에 대한 우선적인 인지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아울러 상대방에 대한 올바른 파악도 강조하였다. 최근 기업들의 신입사원선발 방법이 날이 갈수록 다양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사장을 포함한 회사 임직원들과 응시자들이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내리는 4시간 여 동안 간부들과 응시자들의 1대1 대화, 산 정상에서의 즉석 장기 자랑 등의 산악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의 체력과 창의성, 협동성 등을 다각도로 파악하는 방법을 도입하기도 하고, 집단면접·토론면접·개별면접·저녁식사면접 등 다단계 면접을 통해 숨은 잠재력과 인성(人性)을 평가하기도 하며, 지원자들이 스스로 가치관과 적성·능력 등을 보여주는 2MB(메가바이트) 분량의 ‘자기증명자료’ 파일 작성하여 컴퓨터 문서나 동영상·그래픽 제작 같은 정보처리 능력도 평가하기도 하고, 기존 사원들과 축구 경기와 회식을 하며 지원자들의 팀워크·대인(對人)관계 등을 측정하기도 한다. 또한 4명을 한 조로 편성하여 1시간 동안 쇠고기·닭고기·채소 등의 주어진 재료를 이용해 요리한 후 단순 조리능력보다는 똑같은 재료로 누가 창의적인 음식을 만들고 누가 이를 더 잘 설명하는지를 평가하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하고, 또 승객이 어려운 일을 요청하거나 커피를 쏟거나 어린이가 소란을 피울 때 같은 여러 상황을 설정해 교과서적인 지식이 아닌 순간적인 기지와 대응능력을 평가하는 ‘롤 플레잉(role playing·역할수행)면접’을 실시하기도 하거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사물이나 동물을 종이 한 장에 그려보라는 ‘그림면접’을 실시하여 지원자의 창의력과 자기표현력을 평가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위하여 먼저 스스로 학습활동을 구상하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따라서 필자는 학생들에게 먼저 문학작품을 읽으면서 새로운 상황 존재의 가능성과 그것에 대한 믿음 생성의 방법을 터득하고, 느낌과 생각을 정리하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의 필요성을 스스로 인식하여 토론을 통한 자기 생각의 정리와 타인의 의견을 청취 수용 또는 반박하는 능력을 배양하기를 권하고 싶다.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아는 것이 힘이다’고 하였지만, 21세기는 아는 것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만 진정한 힘이 되는 시대이다. 경쟁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이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이해하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떠한 훌륭한 지식과 정보도 단지 도서관 서가에 꽂혀 있는 단순한 자료에 불과하다. 산을 오르면서 왜 오르는지, 어디를 어떻게 가야 할지, 올라가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등에 대한 질문에서 ‘왜, 사는가?’ ‘왜, 공부하는가?’ ‘왜, 여기에 있는가?’라는 자기 정체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도 그 해답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모든 일에 과학적이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로 생활하고 있다고 자부하면서 정작 자신 앞에 놓여진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하여 얼마나 예측을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가?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희랍신화 한 편을 소개함으로써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아주익숙한 속담의 뜻을 한번 더 강조하고 싶다.
희랍신화에 피그말리언(Pygmalion)이라는 조각가가 있었다. 이 조각가는 아무리 아름다운 여자라도 거들떠보지 않는 소위 요즘말로 눈이 높은 남자였다. 그는 현실의 여인에게 관심이 없는 대신, 자기가 조각으로 새긴 여인에게는 관심이 컸다. 그는 현실 속에서 찾지 못하는 완전한 여인상을 작품 속에서 완벽한 여인상으로 이상화시키는데 온 정력을 기울였고, 마침내 현실에 없는 여인이 조각으로 완성되었을 때 그는 그만 그 여인에게 반해 버렸다. 그 조각물의 피부는 만지면 금방 터질 듯 통통해 보였으며, 입술은 그대로 그의 입술을 받아들일 것처럼 매혹적이었다. 그는 매번 껴안았다 실망하고, 키스하다가 실망하고는 마침내 신들께 기도를 시작했다. ‘제발 저에게 이 여인과 꼭 닮은 여인을 하나 보내 주소서. 그러면 전 그녀와 결혼하겠습니다.’ 이 기도를 듣고 비너스는 그를 동정했다. 그는 조각품과 똑같은 여인을 갈망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 조각품 자체를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비너스는 그 조각품에 생명을 넣어 주고 이름을 갈라티아(Galatia)라고 지어 주었다. 그 후 둘은 행복하게 살았다는 내용이다. 즉, 불가능해 보이는 바램을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힘은 기적이 아닌, 바로 그 자신의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제 캠퍼스에 봄의 따스함과 더불어 04학번 새내기 대학생들이 단국인이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다. ‘믿는 대로 된다’는 신념을 갖고 자신을 새롭게 변신시키기를 부탁한다.
김홍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