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우언은 홍우원(洪宇遠, 1605~1687)의 [목근침설(木根枕說)]이다. 홍우원은 학문이 높고 품성이 곧았던, 현종 및 숙종 때의 남인 학자로 알려져 있다. 1, 2차 예송 논쟁과 관련하여 정치적 부침을 경험했던 그는 뒤이은 경신대출척으로 인해 파직당하고 유배지에서 생을 마감하였다. [목근침설]은 당대 정치현실을 우의한 것이다.
나무가 길 옆 밭두둑에서 자라 소·양에 시달리고 도끼에 찍혀 가지가 밖으로 뻗지 못하고 뿌리가 땅속에서 뭉치고 얽혀 구불구불 구부러져 해가 갈수록 더욱 울퉁불퉁한 혹이 달리고 상하 좌우로 꺾이고 구부러졌다. 밭을 개간하던 농부가 뽑아내 길 가운데로 던져버렸다. 내가 우연히 이를 발견하고는 생긴 것이 특이해서 간직할 만하다고 여겨 집으로 가져왔다. 칼로 다듬기를 열심히 하고 좀 먹고 썩은 부분은 도려내고 깎아내어 베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뒤로 물러 앉아 베개를 바라보니, 넘어지지 않게 버티고 선 것은 발 같고, 끌린 것은 꼬리 같고, 높이 들려 있는 것은 머리 같고, 뾰족하게 솟은 것은 뿔 같고, 높으면서도 평평한 것은 등 같아 돌이 많이 쌓여 있는 것 같으면서 울퉁불퉁하게 앙상한 모양을 한 것이 참으로 기이했다. 산촌(山村)에 있는 집의 기이한 노리개가 아닌가 할 정도였다.
매양 손님이 떠난 후 초당이 고요해지면 책을 읽고 시를 읊다가 또 기력이 차츰 떨어져 고달픔을 느끼게 되면, 혹 비스듬히 이 베개에 기대기도 하고 혹 고이고 눕기도 하면서 펄펄 날아다니는 나비가 되어 꿈속에서 남가(南柯)와 화서(華胥) 사이를 오가며 인생을 즐겼기 때문에, 나는 이 베개를 세상에서 그 어떤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다. 아, 나는 일찍이 행복과 불행이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높은 산과 깊은 골짜기에서 자라나 소·양과 도끼의 재난으로부터 벗어나 번성한 가지와 조밀하게 난 나뭇잎이 무럭무럭 자라 무성하고 빽빽하게 우거져 하늘처럼 높고 그 그늘은 소를 가릴 수 있을 만큼 크게 자라 천수를 다하게 된 것은 곧 나무의 행복이다.

지금 이 나무는 길 옆 밭두둑에 나서 도끼에 가지와 줄기를 상하고 소·양이 가지와 뿌리에서 돋아난 싹을 해쳐 마침내는 뽑혀버리는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불행이 어떠하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이 나무가 길 옆 밭두둑에서 자라지 않아 소·양과 도끼의 재난을 입지 않았다면, 뭉치고 얽혀 구불구불 구부러져서 울퉁불퉁 혹이 달리고 상하 좌우로 꺾이고 굽어 기이한 모양의 뿌리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리 생김새가 기이한 뿌리를 가졌어도 뽑혀 내던져지는 화를 당하지 않았다면, 그 기이한 형체와 특이한 모양을 필시 밖으로 드러내 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비록 기이한 형체와 특이한 모양을 밖으로 드러내 보였더라도 나 같이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또한 거두어져 베개가 되지 못하고 마침내 썩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른바 행복이라는 것은 과연 행복이며, 이른바 불행이라는 것은 과연 불행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아, 이 또한 불행 중 다행으로 나를 만나게 된 것이다. 나는 여기에서 마음에 느끼는 바가 있다. 길에 버려진 이 나무뿌리를 보고 누가 쓸데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한번 거두어져 마침내 유용한 기물이 될 수 있었으니, 애당초 버릴 수 있는 물건은 없다는 것을 알겠다.
탁월하고 훌륭한 선비로서 큰 도(道)를 품고 재주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알아주는 이를 만나지 못하는 사람이 어찌 한정이 있겠는가. 그러나 불우하고 곤궁하고 뜻을 이루지 못한 때를 만나면, 빈천에 허덕이고 우환이 밀려들어 용렬하고 비루한 사람들까지도 그를 눌러 움츠리게 하고 학대하며 욕보인다. 이 때문에, 훌륭한 선비는 기세가 꺾여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재덕(才德)을 감추고 두각을 나타내지 않고 깊이 숨고 깊숙한 곳에 엎드려 있으니, 재주는 당대에 나타나지 못하고 도는 세상에 쓰이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그의 훌륭하고 탁월한 기(氣)는 꽉 막혀 몸 가운데 축적되어 있다가 혹 원망과 불평에 격동되어 때로 밖으로 발로되는 경우가 있지만, 알지 못하는 사람은 버림받은 사람으로 여겨 모른 체한다.
아, 현명한 임금과 어진 재상이 알아주어 등용하지 않는다면, 위에서 말한 길 가운데 버려진 나무와 같이 되지 않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무릇 만물은 사람과 더불어 그 이치가 한 가지이니, 국가를 소유한 사람이 진실로 나의 이 설(說)을 얻어 간직한다면 백성들의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 윤승준<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