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낭만파 시인 빅토르 위고는 “신은 물을 만들었지만 인간은 와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와인 즉, 포도주는 인간이 만들어 낸 음료 중 최고의 평가와 찬사를 받고 있다. 와인은 어떤 포도든 그 포도를 짜서 만든다. 와인의 원료는 1백% 포도지만, 우리가 식용으로 먹는 캠벨이나 거봉 같은 포도로는 와인을 만들지 않는다. 와인을 만드는 포도는 양조용으로 별도로 재배하며, 그 포도 품종들은 국내에 없다고 보는 게 와인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식을 깨뜨리고 우리나라 최초로 거봉 포도 와인을 개발해 낸 사람이 있다. 바로 권혁준(농학과·87년 졸) 동문.
권혁준 동문은 최근 ‘DUREAN(두레앙)’이라는 이름의 거봉 포도 와인을 개발해 생산, 시판 하고 있다. ‘두레앙’은 원래 ‘두레안’이라고 부를 생각이었단다. “‘두레 안에서 살자’라는 뜻이지요. DUREAN을 우리식으로 읽으면 ‘두레안’인데, 소믈리에(와인 담당 웨이터) 과정을 공부하는 중에 한 프랑스인 친구가 프랑스식으로 ‘두레앙’이라고 읽더라고요. 두레안보다 어감이 좋아서 두레앙으로 결정했어요. 지금 상표 출원 중에 있어요.”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농촌지도직 공무원으로 7년을 일했다. 공무원으로 일하다 우리나라 농촌을 위해 일하겠다는 대학 시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94년부터 포도 농가로 돌아왔다고 한다. 농업 문제는 우리 손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돌아오고 얼마 안 있어 농림부에서 97년 1월 1일부터 포도 완전 개방을 발표했다. “직격탄이었지요. 얼마 전 한­칠레 무역협정까지 체결되는 바람에 더 힘들어졌어요.”
당시 포도의 출하가격이 바닥을 치닫자 포도를 가공해서 파는 가공 산업 쪽으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국내 최대의 거봉 포도 산지인 입장에서 그는, 거봉 포도로 포도주를 만들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포도 재배법, 양조법과 관련한 책을 읽고, 자료 수집 차 일본에도 매년 1∼2번은 다녀왔다. 와인의 정통 생산지인 프랑스에도, 이탈리아, 독일, 스위스도 다녀왔다고 한다. 또,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에서 소믈리에 1학기 과정도 수료했다. 와인과 관련한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했다. 일본 와인센터에서 포도주 양조법이 적힌 책을 복사해 와 번역하기도 했다. “와인을 만드는 법에 대해서만 알아서는 안되겠더라고요. 주세법도 공부해야 했고, 이래저래 많이 고생했지요.”

2000년 4월 농림부 장관 추천을 받아 주류제조면허를 냈고, 결국 그 성과는 9년이 지나서야 나타났다. 9년 만의 피나는 개발 끝에 거봉으로 와인을 만들어냈을 때의 기분을 묻자 “기분, 묘하지요. 그 기분을 말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정말 어찌나 기뻤던지…….”라고 말하며 그때가 생각나는 듯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두레앙은 프랑스 와인에서 느껴지던 약간 텁텁했던 맛을 없애고, 상큼한 맛의 와인이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춘, 그러면서도 독특한 맛”이라며 “일본의 백백합 양조주식회사 사장인 다카오 우치다 사장도 훌륭한 맛이라고 칭찬했답니다”라고 두레앙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직은 소규모 생산이고 천안 지역에서만 판매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국내로 판매망을 늘리고 나아가서는 일본과 미국으로 수출할 계획이란다. 또, 품종을 개발해서 농가에 보급하고 이것으로 새로운 와인들을 계속 개발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그리고 올 가을에는 브랜디를 생산해 낼 예정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모두가 말린 일이었지만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강인한 마음가짐으로 버텨내며 끝끝내 그 꿈과 목표를 이루어내고 말았다. 그는 후배들에게 창조적으로 생각하고, 너무 급하게만 서두르지 말며 천천히 자신의 꿈을 실현시켜 나가라는 말을 전했다. 앞으로 두레앙이 널리 인정받았으면 좋겠다는 권혁준 동문의 말에서 오래 숙성된 와인의 깊은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