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이 예술이다”

안희진 / 장애인복지신문사 발행인 겸 사장

지식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자기 자신의 인간을 성장케 하는 영양과 같은 것이고, 또 하나는 外界의 사물에 작용하는 이른바 수단으로서의 지식이다. 전자를 지혜라고 한다면 후자는 전문지식이다. 전자만 있고 후자가 없으면 脫俗한 사람이 되고, 후자만 있고 전자만 없으면 생활기술자로서의 인간만 남는다. 근원적인 지혜와 전문지식이 서로 얽히고 설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다운 인간을 형성한다.
꽃을 꺾듯이 지식을 꺾어 오는 사람이 있다. 꺾은 꽃은 물에 담가두어도 뿌리가 없으니 시들기 마련이다. 그리고 꽃의 생명은 짧다. 다음에 꽃을 또 꺾어 오지만 결국 같은 운명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몇 년을 계속해 본들 보람이 있을 리 없다. 피어나는 꽃만 쫓아다니니까 어떻게 하면 꽃을 피울까 하는 理法은 끝끝내 알지 못한다.
좀더 성의 있는 사람은 꽃만 꺾어 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는다. 잎이 붙은 줄기를 가지고 온다. 그러나 그것에도 역시 뿌리는 없다. 그러니 지식을 얻자면 나무 심는 동작을 닮아야 한다. 먼저 뿌리를 상하지 않도록 파내선 다시 땅을 크게 파고 심어야 한다. 식물의 뿌리는 지상에 나타나 있는 부분과 對稱的이라고 한다. 다시 말하면 지상에 나타나 있는 모양 그대로의 크기로서 지하에 뿌리를 뻗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큰 지식을 소화하자면 그 亨受에 있어서 대내적인 작업이 있어야 한다. 큰 나무를 옮겨심는 노력과 같아야 한다는 뜻이다.
뿌리를 박지 못한 재능은 곧 시든다. 열 살엔 神童, 15세에 天才, 20세를 지내면 평범한 사람이란 말이 있듯이 뿌리를 박지 못한 지식은 能力化, 人格化하지 못하고 만다. 그 반면에 뿌리를 박고 있는 지식은 해를 더함에 따라 자란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커진다.
大器晩成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대강 큰 인물은 늦게야 된다는 식으로 오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가 많아질 때까지 계속 자란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옳다. 아이작 뉴턴은 나이가 많아서도 성장을 쉬지 않았다. 괴테도 80여 살로 죽을 때까지 성장했다. 임마누엘 칸트도 70세, 80세까지 그 성장을 그치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대학생들이 어떤 공부를 하고 있을까.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은 꽃을 꺾는 식의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학의 커리큘럼 자체가 그런 위험성을 안고 있으며, 삼팔선이니 이태백이니 세태가 그런 판이니 더 이상 힘주어 말하기가 어렵다. 장미꽃 한 떨기, 국화꽃 몇 송이, 코스모스 몇 다발 하는 식으로 화려한 화단을 이루고 있는 셈이지만, 그 꽃들은 시험을 치르고 나면 거의 시들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모름지기 학생은 교과목을 여행에 있어 가이드북쯤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 가이드북을 길잡이로 자기 자신이 미지의 나라로 파고들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 학문의 뿌리부터 찾아 그것을 자기 가슴속에 옮겨 심는 작업을 감행해야만 한다. 그러지 못할 바 학생은 학문의 진열장을 스치고 나온 꽃밖에는 안된다.
또한 나는 인간의 조건으로서 두 가지를 제시한다. 하나는 두 말할 것 없이 훌륭한 인간성이다. 다른 하나는 생활인으로서의 전문지식과 전문기술이다. 이 두 가지를 합쳐서 쉽게 말하면 자기 자신을 생활을 지탱하는 숙련공으로서의 훌륭한 인간성을 가졌을 때 비로소 인간다운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성만 좋고 숙련공으로서의 생활능력이 없으면 가족과 사회의 짐 덩어리가 될 뿐이다. 반면 숙련공으로서의 생활능력만 있고 인간성이 결여되면 인간의 탈을 쓴 곤충이라고 할밖에 없다.
훌륭한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자기를 다루는 덴 엄격하되 남을 대할 땐 관대해야 하는 것이 훌륭한 인간성의 근본이다.
숙련공으로서의 생활능력에 관해서도 이미 한 말을 되풀이 할 수밖에 없다.
뿌리 있는 지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 적성을 발견하여 이를 갈고 닦아 스스로의 천재를 발견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천재란 자기분야에서의 숙련공을 말한다. 이왕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가질 바에야 자기가 없어선 안 된다는 존재의 이유가 뚜렷한 숙련공으로서의 위치를 확보해야만 하는 것이다.
요는 어설프게 안이하게 살지 말자는 이야기다. 인생이란 그렇게 호락호락 넘겨도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더욱이 대학생이란 스스로의 위상을 예리한 자각으로 지녀야 한다.
대학생이란 곧 엘리트 후보자를 말한다. 엘리트란 그 존재와 능력으로서 사회에 보탬이 되고 빛이 될 수 있는 본질적인 존재를 말한다. 엘리트로서 거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엘리트로서의 봉사하기 위한 위치, 그것이 대학생들이 지향해야 할 목표이다. 대학생이 엘리트로서 실격하면 인생에도 실격한다는 사실은 명심할 만하다.
노봐리스의 말을 남기며 원고를 마친다.
안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