⑭ 탐관오리를 엄히 다스리소서

요즈음 매스컴을 통해 일부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아 구속당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예나 지금이나 뇌물을 주고받는 부정한 짓들은 비일비재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풍조가 만연되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썩을대로 썩은 사회, 예의염치(禮義廉恥)를 모르는 자들이 판치는 세상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어쨌든 뇌물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주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받은 사람은 뇌물수뢰죄, 준 사람은 뇌물공여죄에 해당된다. 이러한 법이 있는데도 아직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갈수록 뇌물을 주고받는 수법이 다양해지고 고도화·치밀화되고 있다. 이처럼 뇌물이 근절되지 않는 것은 부패한 관리들 때문이다. 이들은 권력을 쥔 자들이기 때문에 뇌물을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청나라 말기 관리의 부패상을 신랄하게 폭로한 소설 <관장현형기(官場現刑記)>에서는 이들을 ‘개보다도 못한 놈’이라고 표현하였다.
뇌물을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나쁘다. 특히 받는 사람이 더 나쁘다. 자발적으로 준다고 해도 안 받으면 되는 것인데, 받으려고 하니까 주는 것이다. 안 주면 화를 입기 때문에 대부분 어쩔 수 없이 주게 된다. 그러나 뇌물을 받은 사람도 언젠가는 준 사람에 의해 자신의 비리가 폭로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뇌물을 받는 사람의 목에는 항상 쇠사슬이 걸려 있는 것이다.
옛날 중국에서는 ‘3년 동안 청렴하게 지부(知府)노릇만 해도 백은(白銀) 10만냥은 거뜬히 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이는 탐관오리가 도처에 널려 있고 백성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없었던 봉건왕조시대 관료사회의 현상을 잘 반영한 것이다. 그렇다고 탐관오리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명나라 때 절강성 안찰사였던 주신(周新)이나 조선조 세종 때의 명재상 황희(黃喜)처럼 청백리들도 많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청백리보다 탐관오리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문제였던 것이다.
탐관오리는 권력자의 비호 속에 성장하는 법이다. 『청조야사대관(淸朝野史大觀)』에 보면, 인종(仁宗) 때 군기대신(軍機大臣)·대학사(大學士)를 지낸 화곤(和琨)은 당시 탐관오리의 대명사였다. 그가 탄핵을 당해 재산을 몰수하였을 때, 그의 집에서 나온 재물은 백은(白銀)이 8억냥이나 되었다고 한다.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였다. 이 액수는 청나라가 10년동안 거두어들인 조세수입의 총액에 해당되고, 훗날 청나라가 청일전쟁에 패하여 지불한 배상금과 의화단 사건에 책임을 지고 지불한 배상금을 합한 금액에 맞먹는 것이었다. 화곤은 10년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권력을 이용하여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물을 긁어모아 한 나라에 견줄만한 부를 쌓은 것이다. 결국 그의 재산은 몰수되어 국고에 귀속되었다. 항상 탐욕이 문제인 것이다. 『미암일기』에는 탐관오리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여기서는 2편만 소개한다.

“어제 사헌부에서 계하기를 ‘도총도사(都摠都事) 홍덕회는 단천군수로 있을 적에 탐욕이 많고 포학하기 그지없어 오직 백성을 뜯어먹기만을 일삼았습니다. 지나가던 어떤 사람이 그 악행을 이웃 고을에 말했는데, 그 얘기가 들려오자, 덕회가 그 말의 근원이 그 고을의 아전에게서 나왔는가 의심하여 집안사람들을 잡아다 가두고 모두 죽였습니다. 그 흉악하고 참혹함을 입으로 차마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가 파직되어 원주의 본가로 돌아간 뒤에도, 자기 집 소가 남이 끌고가는 말을 따라 간 것을 트집 잡아 소에 실었던 물건들을 잃어버렸다고 핑계대며 그 사람의 물건을 전부 빼앗았다고 합니다. 먼 지방 사람이라 호소할 데가 없어 울면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청컨대 영원히 기용하지 않도록 명하소서’하니 주상께서 즉시 따르셨다. 이 일은 실로 공론을 상쾌하게 한 것이다.”
“역리(驛吏)가 해남에서 돌아왔는데, 지난 4월 완산에서 삭선(朔膳：매월초 임금께 올리는 음식)을 봉하고, 그 나머지를 받아가지고 간 사 람이 해남의 예방(禮房) 정종과 함께 모의하여 도둑질해 먹고 그 절반만을 바쳤다고 한다. 그 고약함이 이보다 가증스러울 수 없다.”
유희춘은 일부 목민관·서리의 수탈과 탐학을 듣고 이를 『미암일기』에 기록으로 남겼다. 가렴주구하는 탐관오리에 대한 유희춘의 분노를 엿볼 수 있다. 이는 그의 애민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당시의 관계(官界)가 얼마나 부패했던가를 알 수 있다. 『목민심서』 「율기(律己)」편을 보면, ‘훌륭한 목민관이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애로워야 하고, 자애로워 지려는 자는 반드시 청렴해야 하고, 청렴하려는 자는 반드시 절약해야 한다’고 하였다. 『목민심서』는 단순히 지방관을 위한 지침서에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백성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한동안 불법대선자금으로 나라가 시끄럽더니, 지금은 대통령 탄핵문제로 혼란스럽다. 그래서 어느 한국 주재 외국 대사는 현재 우리의 상황을 ‘카오스’라 하지 않았던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럴 때 일수록 각자 중심을 잡고 합리적이면서 이성적으로 대처해 나아가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 부정부패가 없고 상식과 원칙이 통하는 나라를 만들자.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실장>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