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합리적인 투자자와 형성효과

빚 내서 투자말고, 한탕주의도 버리자

1952년 해리 마코위츠가 Portfolio Selection Problem이라는 책을 펴낸 이후, 많은 사람들이 어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가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포트폴리오는 주식의 집단을 말하는 것으로 하나의 주식에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주식으로 나누거나 채권, 부동산 등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안전하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다. 마코위츠 이후 발전되어 온 현대 투자이론은 주식이라는 위험자산에 투자할 때에는 예상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예상수익률이란 어느 주식을 사서 일정 기간 보유한 후 팔았을 때 몇 %의 이익이 남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당연히 예상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사는 것이 실제 수익률도 높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반면 위험은 어느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정도를 말한다. 위험이 큰 주식은 쉽게 반 토막이 날 수도 있지만 두 배로 띌 가능성도 크다. 예상수익률이 8%와 12%인 두 가지 주식 A와 B에 100만원씩 일 년동안 투자한다고 가정하자. 일년 후에 예상되는 두 주식의 가치는 A가 108만원이고, B가 112만원이다. 당연히 대부분의 사람은 일년 후에 112만원이 되는 B에 투자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A와 B 주식의 위험이 각각 10%와 20%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은 A주식보다 B주식의 가격이 변동하는 크기가 두 배나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확률의 개념을 사용해서 설명해보자. 주식에 투자한 100만원이 그 이하로 떨어질 확률을 계산하면 A주식은 21%가 나오고, B주식은 27%가 나온다. 90만원 이하로 떨어질 확률이 A주식은 4%이지만, B주식은 14%의 확률이 계산된다. 반면 120만원 이상이 될 확률은 A주식이 12%이고, B주식이 44%가 된다. 이 경우 투자자는 어느 주식을 사게 될까? B주식은 예상수익률도 높고, 가격이 120만원 이상이 될 확률도 높다. 그러나 마코위츠 이후 발전된 투자 이론은 투자자가 A주식을 더 선호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A주식의 위험이 더 적기 때문이다.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위험을 피하려는 본성을 가지고 있고, 설사 더 큰 수익을 주는 기회가 있다고 하더라도 위험이 크면 보다 안전한 투자를 선호한다. 주식의 가치가 오를 때 증가하는 효용보다, 가치가 내릴 대 증가하는 비효용이 더 크다고도 설명한다. 투자자는 기본적으로 예상되는 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하여 위험회피적이라는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내린다는 것이 수 십년 동안 발전된 투자이론의 근간이다.

그러나 실무적인 차원에서 투자를 하다 보면 과연 사람들이 예상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하여 합리적인 투자결정을 내리는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오히려 비합리적인 투자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주식시장에 붐이 일 때 나타나는 “묻지마 투자”라는 것도 합리적인 투자결정에 의한 것일까? 과학적인 투자기법을 사용하는 기관투자자는 언제나 과학적으로 투자결정을 내리는가? 이에 대하여 수 많은 실전의 전문가들의 견해는 주식시장의 투자결정이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서 이루어지기보다는 공포와 탐욕(fear and greed)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예상수익률과 위험을 계산하기보다는 자신의 주식이 더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그리고 남들보다 더 좋은 주식을 골라 돈을 벌어보겠다는 욕심이 투자결정의 근간이라고 한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학문적인 입장에서 철저하게 무시되었다. 마코위츠 이후 대부분의 학자들은 합리적이고 위험회피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 이론을 전개하고 있고, 아직도 그 입장은 유효하다. 다만 인지심리학으로부터 원용된 일부 이론은 투자자들이 매사에 합리적이거나 위험회피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형성효과(Framing Effects)는 어떤 경우 사람들이 더 위험이 큰 쪽을 택한다는 것인데, 자신이 직면한 상황에 따라서 어느 쪽이 더 합리적인지 판단하지 않고 심리적인 영향에 따라 투자결정을 한다고 주장한다. 만일 100만원에 주식을 사자마자 회사가 부도가 날 확률이 90%이고, 회사가 예전 수준으로 살아날 확률은 10%라고 나타났다고 하자. 이 때 어느 사람이 그 주식을 15만원에 사겠다고 한다면 대부분의 투자자는 어떻게 반응할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식을 15만원에 팔면 85만원만 손해를 보지만, 실제로는 팔지 않고 100만원을 다 날리는 쪽을 선택한다고 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