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 탄핵규탄 촛불집회

지난 주말인 20일 (현지시간) 미국 L.A 에서는 한인들이 참가한 두개의 큰 집회가 열렸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1주년을 맞아 뉴욕, 샌프란시스코 등 주요도시에서 동시에 진행된 반전 평화집회와 한인타운 웨스턴과 윌셔가의 지하철역 공터에서 한인 200여 명이 참가한 촛불집회가 그것이다.
대한민국 국회의 노무현 대통령 탄핵 가결을 규탄하는 촛불시위가 L.A에서도 열린 것이다. 저녁 7시부터 시작된 이날 시위는 발언을 원하는 참가자들이 한 명씩 차례로 나와 탄핵 가결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민 온지 10년이 된다는 우종란씨는 9살 제니, 5살 캐서린, 2살 에릭 등 아이 셋과 함께 참석해 “탄핵 전에도 국민의 60%가 반대를 했는데 국민이 원해서 탄핵을 한다는 야당 국회의원들의 말에 너무 화가났다. 그들은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 며 “이번에 국민들이 승리하지 않으면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이다”고 말하며 비록 멀리 해외에 살지만 조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고 했다.
한국인 부인 정민씨와 함께 촛불을 든 미국인 클리프 커즌(39살)씨는 “한국의 고등법원(헌법재판소)이 국회의 탄핵 결정을 번복해 노무현 대통령이 다시 직무에 복귀하기를 바란다”며 “노 대통령이 탄핵을 받을만큼 심각한 행동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전 대통령과 다른 사람이 왜 이토록 고통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탄핵 무효’ ‘근조-대한민국 국회’라는 현수막을 걸어놓고 김성회씨(내일을 여는 사람들 회원)의 사회로 5분 자유발언, 노래부르기, 탄핵무효 서명, 구호제창 등의 순서로 차분히 진행했다.

L.A 헐리웃 부근에서 1만5천여 명이 참가한 반전 평화집회엔 재미한인평화연대 풍물패를 비롯해 통일맞이 나성포럼, 남가주 노동상담소, 내일을 여는 사람들 등의 단체와 유학생등 50여 명의 한인도 함께 했다.
‘민족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뉴욕 7만5천여명 등 미국내 10만여 명 참가자들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전쟁정책은 명분도 없고 국제적 신뢰성도 전혀 갖지 못했다고 지적하면서 남의 나라들의 정권을 바꿀 것이 아니라 미국의 현 정권을 퇴진시켜야한다고 강조하며 부시 정권은 최근 이라크, 아이티 등의 주권을 유린하고 무자비하게 침략하여 수 많은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입혔다고 규탄하며 미국의 이러한 침략주의와 패권주의가 더이상 용납될 수 없고 지속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서 1.이라크, 아이티 등 모든 나라에서 식민적 점령을 끝낼 것 2.미군을 즉시 귀향 시킬 것 3.국민이 낸 세금을 전쟁이 아닌 일자리 창출, 의료,주택,교육에 사용할 것 4.이민자 탄압,민권탄압을 중지할 것 등 4개의 주요 메세지를 채택했다.
한국과 미국 태평양 시간을 쓰는 L.A는 17시간의 시차가 나는 곳이다. 20일 저녁서울 광화문 중심으로 전국 각 지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열린 탄핵 반대 촛불시위가 이곳 L.A에서도 17시간 늦은 20일 저녁200여 명의 한인이 모여 ‘탄핵무효’‘민주수호’ 등의 구호가 늦은 밤까지 울려 퍼졌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