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정치

이미지 정치의 허와 실, 포장을 벗길 때이다

2002년 월드컵을 생각해봤을 때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아마 응원단 ‘붉은 악마’의 붉은색 티셔츠 물결일 것이다. 광화문을 비롯한 주요 거리는 붉은 옷을 입은 사람들로 넘쳤고 이로 인해 국내 매스컴은 물론 해외에서도 월드컵경기 보다(?) 이를 취재하러 온 기자들이 더 많았다. 축구를 사랑하고, 응원 문화가 잘 되어 있는 나라로 비추어졌던 것이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온 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었던 것은, 2002년 여름 에 불과했고 최근에는 축구장에서 ‘붉은 셔츠 바람’을 많이 볼 수 없다.
‘무엇’을 떠올렸을 때 바로 생각나는 ‘이미지’는 그것과 관련하여 우리가 제일 먼저 떠올리게끔 우리 머리 속에 자연스럽게 각인되어 있다. 그 이미지를 떠올림으로써 연상 작용으로 인해 마음도 움직이게 마련이다.
미국 제40대 대통령인 할리우드 영화배우 출신인 레이건은 미국 대통령 역사상 이미지 관리에 가장 능숙했던 대통령으로 본다. 대선 기간에 미국의 유권자 중 25％는 선거를 앞두고 누구를 찍어야 할 지 결정하지 못해 갈등하고 있었는데, 25％의 표의 향방은 레이건과 카터의 TV토론이 있은 후에 레이건 대통령 쪽으로 기울었다. 카터는 자신의 의견을 효과적으로 피력하는 기술이 부족했던 반면, 레이건은 토론 내내 여유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노련하고 진지하며 힘 있는, 이른바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잘 전달해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미지 효과를 정치에 잘 이용한 예라 볼 수 있다.
많은 학자들은 총선이든 대선이든 선거 때 가장 중요한 투표결정 요인의 하나로 후보의 이미지를 꼽고 있다. 우리가 TV에서 보는 정치인의 ‘이미지’는 그 사람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과거에는 그 후보가 속한 정당이나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 등을 가지고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으로 삼았지만, 미디어가 발달한 요즘에는 ‘이미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매스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생긴 영향력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TV 보급률은 100％를 넘어선 지 오래고, 컴퓨터 보급률은 80％를 웃돌고 있으며, 국민의 64％가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정보통신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온통 ‘보여주는’ 매체들에 둘러싸여 있고, 이를 통해 판단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지야말로 우리의 눈과 귀를 막는 장막이 될 수 있다. 붉은 악마 응원단의 이미지가 그랬듯, 이미지는 한 시대, 또는 한 부분이 확대 해석 되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특징일 뿐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허구적 이미지에 속고 있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단순히 ‘보여주기’에 불과한 이미지에 속고 있는 것이다. 이미지 정치 시대에서 후보들은 정책의 내용이나 실행여부를 말할 것인가 보다 외모와 옷 등의 겉모습과 ‘어떻게’ 말할 것인가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한 나라의 지도부에 위치할 사람들을 선택함에 있어서 외모와 말솜씨에 현혹돼서야 되겠는가.
잘 포장된 허구의 이미지를 벗겨내기 위해서는 후보들 간의 TV 토론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자간의, 그리고 장시간의 토론을 갖는다면 후보별 정책을 비교하고 정치적 능력을 비교,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장지 속에 가려진 본질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이다. 그러나 TV 토론을 이용한 언론의 ‘이미지 보여주기’는 시정되어야 한다. 시청자들이 용모와 말솜씨에 현혹되지 않게끔 그들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고 임무이다. 시청자들 또한 언론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이미지를 분석적으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
우리는 이제 허구적인 포장 이미지에 가려진 본질을 찾아야 하고, 정치인들은 이미지를 위한 연기력을 연습하기보다는 국민들을 위하는 정치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