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성(교양학부)교수
장편소설 ‘두 아내’ 불어판 출간

두려움 없이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

‘나는 전쟁을 기억한다. 기억할 수밖에 없었다. 6살 어린 나이에 접했던 그것은 너무나 큰 충격이었기에 아니, 충격이라고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이었기에 나는 그 어려운 작업을 9년이나 해왔다. 우리 민족의 비극을 표현하기 위해 말이다.’
6·25의 격랑 속을 부유하는 한 가족사를 통해 담아낸 정소성(교양학부) 교수의 장편소설‘두 아내(출판사 : maison neuve et la rose)’가 지난 12일 불어 판으로 프랑스에서 출간됐다.
이 소설은 문예지‘자유문학’에 9년간 연재되었던 것으로 우리 나라에서 이미 지난 99년에 2권의 단행본으로 발간됐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철우와 그의 두 아내, 가영과 희애는 6·25의 아픔을 대변하는 인물들이다.
“제 소설의 주인공들은 가공의 인물이지만, 또 다른 면에서는 전쟁의 아픔을 겪은 우리네 이웃이기도 합니다. 이산가족의 아픔이죠.”
정교수는 6살의 나이에 한국전을 겪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지금까지도 전쟁의 고통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어른들의 손에 이끌려 피난 가면서, 무수히 많은 주검들을 보았습니다. 빨치산이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시체들이 남았죠. 지금도 그 당시를 생각하면 끔찍할 뿐입니다. 그러나 전쟁은 끝난 것이 아닙니다. 아직도 남한과 북한에 이산가족이 있고 제2의 철우와 가영, 희애가 있으니까요”라고 말하는 정교수는 다른 한편으로 그런 기억 때문에‘두 아내’가 탄생된 것이라고 말했다.
“저는 제 스스로 6·25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라 생각합니다. 제가 44년 생이니까, 어릴 때 겪은 전쟁이지만 그것을 증언할 수 있는 마지막 소설작가 세대라는 사명감을 갖고 두 아내를 완성했습니다. 어느 누가 그것을 겪지 않고 말하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는 정교수의 눈에서는 어느새 6살 어린 시절, 피난길의 아픔과 고통이 베어 나오는 듯 했다.

그는 독자들에게 정치적인 이데올로기로 인해 비록 민족이 분단되었지만 결코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 소설을 읽다보면 어쩔 수 없이 두 아내를 둘 수밖에 없었던, 그러나 둘 모두를 사랑한 철우를 이해하게 될 것이 라고 말했다.
‘두 아내’는 지난 99년 발족한‘한국문학번역원’에 의해 불어로는 최초로 번역작업이 이루어졌다.‘한국문학번역원’은 세계문학 속에 한국문학의 위상을 높이고, 문학을 통한 상호 포용적인 인류문화 형성에 기여하고자 발족한 정부출연재단이다. 이에 5년 동안의 번역작업을 통해 올해 불어 판으로 발간된 것이다. 번역자는 Jean-paul daegoutte(파리 8대학 어문학과)교수와 그의 아내인 김진영(국문학자)씨이다.
“번역 작업이 보통 한국에 상주하는 외국인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에는 프랑스 현지의 어문학과 교수가 작업을 했습니다. 또 국문학자인 김진영씨 역시 정인지의‘훈민정음 해례’를 불어로 번역한 적이 있는 분입니다.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이 작업을 해주셨기 때문에 저로써는 큰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정교수는 지난해 연구년을 가졌으며 프랑스를 오가며 번역작업의 추이를 살폈다. 한편 ‘두 아내’의 불어판 발간에 있어 그는“한국전은 우리 나라의 비극인 동시에 세계의 비극입니다. 프랑스인들도 두 아내를 통해 그 아픔을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정교수는 항시‘참다운 삶이란 두려움을 뿌리치는 용기를 잃지 않는 것이다’라는 말을 좌우명이라 여기고 있다. 그는 진심으로 두려움 없이 인생을 개척하고 싶다며 우리 학생들도 죄를 짓지 않는 범위 내에서 무엇이든지 경험하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