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사랑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사랑, 해보셨습니까?

지루한 영화라고 말한 이들도 있었다. 가슴이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루하고 답답한 영화라 여기는 사람들에게 아마도 이 영화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종두와 공주는 사랑을 줄 수도 받을 수 있는 우리와 똑같은 본능을 가진 사람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회에 큰 무리 없이 적응하며 별 장애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부로 말하는 ‘우리’라는 단어 밖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또 다른 모습임을 인정한다면 우리가 누군가를 만나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는 동안 마냥 행복하지 않듯이 종두와 공주의 사랑 역시 조금은 힘들지만 아름다운 것임을 인정한다면 이 영화를 좀 더 깊이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이 영화를 충격과 혼돈 속에 두 번 연이어 본 후 느낀 점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꼬집는 영화, 사회 부적응 자들의 영화가 아닌 그냥 멜로물로써 이 영화를 보는 것이 어찌 보면 그들의 아름다운 사랑을 또 다른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방법인 듯하다.

사막.
우리가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힘든 곳이다. 매서운 모래바람, 모래 산… …. 그 곳에서는 언제나 목마르고 그 곳은 지쳐있게 하고 결국 그 곳에서 이름 없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사막 가운데의 오아시스. 단지 물이 있다는 것만이 아니라 그 곳은 누구나 한 번쯤은 갈망하고 희망하는 곳이다. 목마르지 않은 사람에게도 오아시스는 그 자체의 아름다움만으로도 그렇게 꿈꾸는데 하물며 목이 말라 물이 절실한 사람에게 오아시스는 얼마나 위대하게 보일까?
영화 오아시스는 바로 우리에게 목마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절실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그리고 정상인 사람과 비정상인 사람에게 사랑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 속 종두와 공주를 통해서 말이다. 세상에서 외면 받는 사람. 그들은 사랑에 대해 목마르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을 한다. 너무나도 아름답고 따뜻한 사랑을 말이다. 세상으로부터 외면된 그들은 마른 영혼의 목을 축이기 위해 동화 같은 사랑을 그렇게 한 것이다.
밤새 전화를 붙들고 노래를 불러주고… …. 둘의 사랑은 다른 사람들의 사랑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가지고 있는 어린아이들처럼 귀엽고 순수한 마음 때문에 웃음이 터지는 두 사람의 사랑이 참 예뻐 보였다. 보기에는 몸도 뒤틀리고 말도 못하는 여자가 답답하고, 건들건들 날건달 같은 남자가 한심해 보이지만 그게 다 보통의 사람들 속에서 그것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겠지. 편견과 차별이 없는 두 사람의 세계에서 공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이고 종두는 공주를 지키는 듬직한 장군일 뿐이다.

그러나 세상 밖으로 나오면 둘은 편견에 싸여 가는 곳마다 푸대접을 받는다. 종두의 식구들은 공주를 마치 더러운 벌레 보듯 쳐다보고 이런 공주를 데리고 회갑연에 나타난 종두를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간으로 취급한다. 그런데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는 건 더더욱 힘든 일이다. 아니 인정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오아시스가 그려진 카펫을 보면서 방안에 있을 때 공주는 그 안에서 행복했다. 깨진 거울조각을 햇빛에 비추면 그것은 흰 비둘기가 되어 방안 곳곳에 훨훨 날아다니고 종두가 공주를 안고 춤을 출 때면 그 곁에는 인도여인과 피리 부는 소년, 코끼리가 나타나 함께 춤을 추고 입맞춤을 나눈다. 그들의 사랑은 환타지 안에서만 행복해지는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무책임한 시선 밖에서 행복해지는 것임을 보여준다. 그들이 다른 연인들처럼 사랑을 나누기엔 환타지가 아닌 우리의 현실은 그리 따뜻하지 못하다.
세상에는 사랑을 하지 못할 사람이 없고 하지 못할 사랑도 없다. 어느 누구에게나 인생이라는 사막에 필요한 오아시스를 가질 권리가 있다. 공주는 이제 오아시스를 만나 더 이상 사랑에 목마르지 않다. 이상지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 5>
이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