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미국에서는 마약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마약의 마수에 시달리고 유혹에 신음하다 삶의 한가닥 희망으로 갱생의 길을 걷고 있는 한인 청소년들을 친자식 처럼 보살피는 곳이 있다. 미국 L.A의 ‘나눔선교회’가 그곳이다. 마지막 피난처로 알고 찾아 온 청소년들을 귀찮아 하며 내치지 않고 거두어 주는 곳이다. 지난해 나눔선교회 한 곳에만 마약상담을 해온 한인이 3,410명이고 그 중 청소년이 2,372명이라고 한다. 한인 청소년의 마약 복용은 더 이상 남의 일로만 도외시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특히 청소년 마약 사용자 60%이상이 선호하는 마리화나는 두뇌, 폐를 상하게 하고 정신을 피폐하게 할 뿐 아니라 일단 한번 빠지면 중독될 확률이 어른의 3배라고 한다. 캘리포니아주 9학년(중학교 3학년) 한인학생의 약 8%, 11학년 약 13%가 마리화나를 사용했다는 통계는 가벼이 넘길 사안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마약을 하고 있느냐’는 질문보다 ‘마약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는 질문이 적절할 정도로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섰으며 특히 10대 한인 청소년 사이에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깝게는 내 자녀의 친구들이고 멀게는 내 자녀의 또래들이다. 더 가깝게는 내 아이가 될 수도 있는 일이다. 이래서 심각한 것이다.
L.A 한인사회 최대 마약중독자 재활기관인 나눔선교회가 지난달 캘리포니아주 당국으로부터 시설 개선명령을 받았다. 몇몇 관심있는 한인들이 사재를 털어 세운 곳이라 규모가 영세하기 이를데 없다. 최대 수용인원이 25명에 불과한데 자녀를 맡기려는 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70명이 넘는 인원이 바글거리고 기다리는 사람도 80명이 넘는 등 수요가 엄청나다. 또 건물구입 융자금 상환과 전기료 등 공과금과 식비 등 한달 최소 운영비 2만여 달러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해 수도과 전기 공급이 끊기는 일이 발생 하기도 했다.

나눔선교회 김성신 전도사는 ‘정부 보조를 받을 수도 있지만 이때 한인만을 위한 운영이 불가능하다’며’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눈앞에 놓인 현실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마약에 빠진 사람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공간과 적절한 교육을 시키는데 한인사회의 노력과 투자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해외이민, 유학 박람회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는 보도를 보았다. 개인사업을 한다는 이 아무개씨(39살)는 ‘이민계획을 세워놓고 인터뷰까지 마쳤다. 대통령 탄핵 가결 사태를 보고 이민 생각이 더 굳어졌다’며 ‘한국이 싫어 떠나는 것은 아니지만 이민계획까지 다 세워놓은 마당에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마저 들더라’고 했다.
외국계 정보통신 업체에 다닌다는 강 아무개씨(40살)는 ‘회사 동료들 중에 자포자기 심정으로 자녀 유학과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가장으로서 한국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요사이 새삼느끼고 있다’고 푸념을 한다. 나라 안이나 나라 밖이나 살아간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일 모레 15일은 나라에서 큰 일을 하는 국회의원을 뽑는 날이다. 투표는 하고 생각을 하자.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나눔 선교회에 의지하는 마약 중독 한인 청소년들의 부모 20여명이 캘리포니아주 당국으로부터 시설개선 명령을 받자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한 학부모가 어려운 사정을 호소하자 김성신 전도사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