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선거’ 없애는 총선, 국민을 위한 참된 국회의원 선출돼야


고비용 선거 구조를 혁신하고 깨끗한 선거문화의 정착을 목표로 개정된 선거법에 따라 전례 없이 조용하게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가운데, 제 17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달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선거법은 선거비용규제강화, 미디어매체를 통한 선거운동확대, 1인2표제 도입 등을 골자로 한다.
따라서 선거범죄 신고 시 최고 5천만 원의 신고포상금제도 실시와 향응접대 적발 시 50배 과태료 부과 등 강화된 선거법으로 제 17대 총선은 ‘돈 선거’가 금지됐다. 뿐만 아니라 운동원의 숫자에서부터 복장에 이르기까지 후보자들의 거리 선거운동에 대해서도 규제가 강화됐다.
이에 따라 현재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 권에 든 후보가 40여 명에 이르고 선거법 위반행위는 16대 총선에 비해 3배를 넘어서고 있다. 이처럼 이번 총선은 깨끗한 선거문화를 이루겠다는 목표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방향으로 치러지고 있다. 이와 관련 문재완(사회과학대학· 법학부·법학전공)교수는“제 16대 총선의 한 입후보자에 따르면 최소 선거비용으로 제시된 것이 20억원 이었다”며 “즉, 돈이 없으면 선거 출마도 힘들고 소위 말하는 뒷돈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었던 만큼, 그러한 면에서 이번에 개정된 선거법은 긍정적 요소를 갖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초 신문방송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을 확대해 고비용 선거 구조를 혁신하겠다던 선거법 개정안의 취지와는 달리 후보들의 불참으로 TV토론이 무산되고,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가 금지되면서 후보들이 유권자에게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은 극히 제한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탄핵정국에 묻힌 제 17대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인물이나 후보자의 정책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을 보고 지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일 중앙일보의 여론조사(표본오차 95%신뢰수준에 3%포인트) 결과에 따르면‘자기 지역에서 출마하는 후보 대부분을 알고 있다’는 유권자는 43%에 불과했으며‘출마 후보가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는 응답도 21%에 달했다.
이처럼 유권자들이 후보자의 정책 분석은커녕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 속에 총선 후보자들, 특히 정치 신인들의 홍보활동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우리대학 손석모(법학·4휴학)군에 따르면 “선거법 개정으로 인해 명함도 후보자 본인만 나눠줄 수 있게 되어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려면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며 “무엇보다 정책을 설명할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진 만큼, 후보자가 정책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소속 정당의 이미지로 평가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하며 “유권자들이 후보의 인지도나 소속 정당이 아닌 후보 자신과 정책에 대해 평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현상은 개정 선거법이 후보의 선거운동을 제한하였으나 상대적으로 각종 미디어 매체 등을 통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결과이다. 이와 관련 윤석홍(언론영상학부·언론홍보학전공)교수는“개정 선거법이 미디어 매체를 통한 선거운동을 확대 한다고 했으나, 매스미디어의 활용이 불가능하고, TV토론도 지역케이블에서 그것도 10시 이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유권자들에게 외면 당한 것이 현실”이라며“후보자들이 매스미디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의 뒷받침이 필요하고, 신속하고 정확하게 후보자의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선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우리의 선거문화를 돌이켜보면 뒷돈과 향응으로 얼룩져 있었다. 오죽하면‘선거 특수’라는 말까지 생겼을까. 따라서 선거비용 지출의 투명화와 돈 적게 드는 선거운동 등 새로운 선거풍토의 조성은 우리가 당연히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 할 수 있다. 이제 이러한 노력이 제 17대 국회를 책임질 인재 선별이라는 큰 목적에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