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이해랑 연극상 수상 김삼일(대중문화예술대학원 1기 졸)

연극은 내 본능이자
삶이다. 무대에서 살고
무대에서 죽는
나는 천생 연극인이다


고향 장생포의 신파극이 내 정신의 무대


‘맑은 영혼과 곧은 정신력을 갖춘 연극인이 되자. 내 몸과 마음이 썩은 채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관객을 내모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나는 배워야 한다.’
2001년, 우리대학 대중문화 예술대학원에 진학할 당시 나의 각오는 환갑 나이의 나를 ‘제자’라는 이름으로 배움의 길에 들어서게 해주었다.
처음 연극을 시작했을 때도 그랬고, 지방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불모지와 다름없었던 연극을 이어나갔을 때도 그의 각오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지난해 우리대학 대중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삼일(62)선생이, 지난 8일 제 14회 이해랑 연극상을 수상했다. 이해랑 연극상은 한국 현대 연극의 선구자인 이해랑 선생을 추모하고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정통극 분야의 연극인이나 연극단체에 수여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이다.
울산, 장생포. 그곳이 바로 그가 처음으로 연극을 접했던 곳이다.
“내가 태어난 장생포는 우리나라 고래잡이의 본고장으로 항시 상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던 곳입니다. 그렇게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신파극단의 공연도 자주 볼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삼촌이 극단의 배우 겸 단장으로 계셔서 어린 시절부터 그 영향을 받았습니다.”
부둣가 근처 창고에 가면 그곳에선 언제나 신파극이 펼쳐졌다. 어린 마음에 그 공연, 그 정겨움과 감동이 어찌나 마음에 들었는지 지금도 그 기억은 그의 마음속 고향으로 자리 잡고 있다.
1964년 그는 KBS포항 방송국의 성우로 활동하면서 포항수산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리고 학보사 기자로 활동하며 스승인 한흑구 선생을 만나게 된다. 언제나 “진실한 것은 아름답고 아름다운 것은 진실하다” 는 스승의 가르침은 젊은 그에게 정신적 지표로 자리 잡았으며, 때문에 부당하고 굴욕적인 한일회담을 두고 침묵할 수만은 없었다. 그래서 그는 ‘포항시 6·3 한일회담 반대 데모’주동자로 징계처벌을 받게 된다.
“그렇게 대학을 자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극단 태백산맥의 배우로 활동하면서 직접 연극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낮에는 포항 KBS의 라디오 기자로 일하고 밤에는 포항 시립도서관을 빌려 연극 연습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연극을 한다고 하면 사회는 물론 집에서도 버림받았습니다. 때문에 지원은커녕 연습실 조차 마땅히 없었죠. 그래서 포항 시립도서관에서 밤 10시 이후 청소를 해주며 연습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도서관에서 연습을 하다보니 좋은 희곡집을 볼 수 도 있고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정말 본능적으로 연극을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언제나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기자로서의 활동도 그랬고 연출가로서도 그러했다. 그러다 74년 그의 몸은 한계에 부딪혔다. 꼬박 4년을 쉬었다. 당연한 결과였다. 낮에는 직장에서 일하고 새벽에는 연극 연습을 하면서 그렇게 수년을 보냈으니 몸에 탈이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번도 연극을 포기하겠다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말 그대로 연극은 본능이자 삶입니다. 어떻게 그만두겠다는 생각을 하겠습니까. 연극인으로 활동하면서 무대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집에서 죽음은 객사했다고 표현해야 되겠죠”라는 그의 말처럼 그에게서 연극은 삶 그 자체인 것이다.
이제 그는 자신의 연극을 올릴 수 있는 소극장을 갖는 것이 꿈이라고 말한다.
“사람이 집이 없으면 늘 불안하듯이 연극인에게 무대는 그런 존재입니다. 내 연극을 마음껏 무대에 올릴 수 있도록 소극장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
그는 자신이 절실히 바라고 생각한다면 반드시 그렇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그 역시도 그랬다. 전통 사실주의 연극만을 고집하면서 묵묵히 또 최선을 다해 자신의 연극세계를 이룩해 온 김삼일 선생. 피나는 노력이 이었기에 그가 이해랑 연극상을 받게 된 것이 아닐까. 다시금 ‘나는 해야 했다. 그러므로 나는 할 수 있었다’ 는 그의 말이 떠오른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