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녀(妓女) 때문에 원수가 된 두 사내

요즈음 인터넷 음란 사이트·스와핑·원조교제·호스트바·혼외정사 등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는 성 개방 풍조와 경제적 요인 등이 그 주원인인 것 같다. 그런데 이러한 사회적 문제는 비단 오늘날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강도와 파장이 미약했을 뿐이지 조선시대에도 그러하였다.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빠짐없이 사오는 남녀의 성교 장면을 새긴 도자기 춘희자(春戱子)나, 남녀의 성행위 장면을 그린 춘화(春畵) 등이 풍속을 문란하게 한다하여 조정에서 이를 논의한 적도 있었다. 특히 기녀 그 중에서도 관기가 문제였다. 지방관청으로 출장 갔던 중앙관청의 관리가 관기와 사랑에 빠져 공무를 내팽개치거나, 어질고 훌륭한 목민관이 기녀접대를 잘못했다하여 허물을 들추어내어 파직 당하게 하거나, 사대부들이 기녀 때문에 싸우는 일도 비일비재하였다. 이로 인해 풍속을 어지럽게 하고 예를 문란하게 한다하여 조정에서 심각하게 논의된 경우도 흔하였다.
기녀(妓女)이라는 말을 어원적으로 살펴보면, 매춘을 업으로 하는 여자가 아니라 본래 노래와 춤을 업으로 삼은 여자를 가리킨다. 고대의 기녀는 음악과 가무와 같은 예술에 종사하며 사람들에게 오락을 제공하는 여자로서 매춘을 본업으로 삼지 않았다. 기녀가 돈을 받고 육체를 팔기 시작한 것은 당송(唐宋) 때부터였다. 이때부터 기녀는 성적도구 내지는 노리개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역사상 기녀의 종류는 매우 다양했다. 중요한 것이 영업인 바, 이를 기준으로 가기(家妓)·관기(官妓)·사기(私妓)·시기(市妓)·영기(營妓)·궁기(宮妓)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가기’란 가정에서 양성한 기녀를 말한다. ‘가기’는 기녀의 시초로 그 탄생의 원인은 정치적 불안과 성문란이 가장 큰 이유였다. ‘관기’는 지방관청에 소속된 기녀를 말한다. ‘가기’가 점점 변하여 ‘관기’가 되었다. ‘사기’란 사사롭게 육체를 파는 기녀를 말한다. ‘시기’는 상기(商妓)라고도 하는데, 일정한 대가를 받고 공개적으로 색을 파는 기녀를 말한다. ‘영기’는 군기(軍妓)라고도 하는데, 군영에 설치된 기녀로서 주로 병사들에게 성적 즐거움을 제공하였다.
중국의 기녀제도는 통치자들의 음란한 기풍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기야 문란하기 짝이 없었던 로마의 황제 칼라쿨라 때부터 ‘공창’이 생긴 것이라든지, 고려시대 음탕하기 그지없었던 충렬왕이 만들었던 ‘남장별대’나, 조선조 연산군 때 있었던 ‘채홍사’ 등을 보면 그 황음무도함을 확실히 알 수 있다. 통치자나 사회가 문란하면 그 나라는 쇠잔하여 반드시 망했다는 사실을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려시대부터 기녀가 출현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이때부터 기녀들이나 유녀들이 본격적으로 활동한 시기로 보기도 한다. 한편, 조선시대에도 기녀가 있었지만 중국처럼 그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능화의 『조선해어화사(朝鮮解語花史)』는 기녀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갈보종류총괄>장을 보면, 관아에 속한 기녀인 ‘관기’, 은근하게 몸을 파는 ‘은군자(隱君子)’, 매음하는 유녀인 ‘탑앙모리’·‘화랑유녀’, 유랑예인집단인 ‘여사당패’를 대표적으로 들고 있다.
어쨌든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기녀 한 사람을 두고 서로 다투어 마침내 틈이 벌어져 죽을 때까지 상종을 안했다는 기록들을 흔하게 접할 수 있다. 『미암일기』에도 이러한 기록이 있어 소개한다.

“육조당상(六曹堂上)이 어제 계(啓)하기를…… ‘기녀 옥매향(玉梅香)이 애초에는 임백령(林百齡)의 사랑을 받았는데 갑자기 윤임(尹任)에게 빼앗겼습니다. 윤임과 임백령은 한 마을에 살며 평소 서로 왕래하였는데, 임백령이 그 사랑하던 기녀를 빼앗기고 보니 임백령으로서는 윤임이 또 하나의 원수가 된 것입니다. 그러다가 윤임을 죽이고서는 옥매향을 자기 집 계집종으로 삼아 다시 데리고 잤으니, 그가 평일에 원한을 쌓아 왔다는 것을 이 한 가지 단서로도 알 수 있습니다.’ ……”

명종(明宗)때 인종(仁宗)의 외삼촌이었던 윤임과 명종의 외삼촌이었던 윤원형 사이에 정권쟁탈전이 있었다. 이때 임백령은 윤원형의 편에 가담하여 을사사화를 일으킨다. 결국 문정왕후의 친정오빠였던 윤원형의 승리로 끝나게 된다. 승자가 있으면 패자도 있는 법, 윤임을 포함해 당시 사림파 출신 관리들 태반이 죽임을 당하거나 귀양을 가게 된다. 그런데 임백령이 윤임과 원수가 된 발단의 하나가 기녀 옥매향 때문이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그리고 임백령이 윤임을 죽이고 옥매향을 다시 취했다 하니 그 집념(?)과 욕심 또한 알아주어야겠다. 기녀가 뭐 길래…….
우리 인간에게 있어 성적욕망은 누구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성적욕망의 발산이 비정상적일 경우 개인적인 자제와 더불어 정부의 제도적 통제장치 등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한 순간의 실수로 신세망치는 일이 없도록 하자.
송재용<동양학연구소 연구실장>
송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