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이광정의 「망양록」에서 우언 한 편을 더 소개한다. 오늘 소개하는 우언은 안분자족(安分自足)할 줄 모르고 작록(爵祿)과 고량진미(膏粱珍味)를 분수에 지나치게 구하는 세태를 풍자한 이야기이다.

산에 사는 다람쥐와 물에 사는 자라는 재주가 서로 달랐다. 험준한 바위 아래 굴을 파고 사는 다람쥐는 무성한 풀 숲 사이에서 노닐고 나무 등걸이나 가시를 손쉽게 넘어 다닌다. 가파르거나 험준한 것을 가리지 않고 나무 등걸 위로 뛰어오르고 돌 위로 달려간다. 오직 구하는 것이라고는 먹을 것뿐이니 살금살금 다가가 모기를 잡아 삼키기도 하고 나무열매를 따 먹기도 하는데, 다람쥐 가운데 먹이 사냥을 잘 하는 놈은 그래도 먹을 것을 얻지만 못하는 놈은 얻을 때도 있고 얻지 못할 때도 있다. 그러나 먹이 사냥을 잘 하는 놈도 오히려 배불리 먹지 못하니, 이를 매우 고통스럽게 여겼다.
하루는 다람쥐들이 강가 언덕에서 놀고 있었다. 나무를 타고 가면서 먹이를 구하려고 하는데, 문득 자라 몇 마리가 수십 마리의 물고기를 몰아 잡아먹는 것을 보았다. 물고기를 잡아먹은 자라가 맑은 물 위에 떠올라 유유히 노니는 품이 의기양양해 보였다.

이에 다람쥐가 말하기를 “저 놈은 딱딱한 껍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거대한 물결 위에 떠 노니는데, 나야 몸이 가볍고 또 뛰기도 잘 하니, 어찌 저놈만 같지 못하겠는가.”하고는, 마침내 뛰어내려 깊은 연못 속으로 들어가 네 다리로 물살을 헤치며 자라가 하는 것처럼 되기를 바랐다. 그러나 한 걸음도 옮기기 전에 거친 물살이 밀려오자, 물살에 휩쓸린 다람쥐는 이리저리 부딪치며 화살처럼 떠내려갔다. 그러자 다람쥐는 매우 기뻐하며 말하기를 “오늘에야 즐거움을 얻었으니, 족히 죽음도 잊을만하구나.” 하였다. 그러나 얼마 후 눈은 벌어져 감지를 못하고 입은 벌어져 다물지 못하였으며, 배는 불룩해 져서는 물 밑으로 가라앉았다 수면 위로 떠올랐다.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뭇 다람쥐들은 참으로 즐겁겠다고 여길 뿐 그가 죽은 지 오래 되었음은 알지 못하였다. 결국 너도나도 다투어 내려와서는 스스로 물 속에 뛰어들어 죽으니 꼬리가 갈라지고 다리가 찢어져 자라의 먹이가 되고 말았다. 손쉽게 다람쥐를 얻게 된 자라는 이것 참 잘된 일이라고 여기고는, 마침내 물 위를 떠다니며 다람쥐들이 스스로 물 속으로 뛰어들기를 기다렸다. 이 때 어부가 와서 그물도 치지도 않고 맨 손으로 자라를 잡아다가는 건어(乾魚)를 만들었다.

다람쥐는 고통을 견디지 못하여 죽었고, 자라는 탐욕을 부리다가 죽었다. 만일 다람쥐가 산 속의 생활을 편안히 여기고 강하의 즐거움을 흠모하지 않았다면 뭇 자라들의 웃음거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라 또한 족함을 알고 강가에서 노닐지 않았다면 어부지리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짐승은 산에서 벗어나서는 안 되고, 물고기는 못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모르겠구나. 작록(爵祿)이라는 것이 다람쥐에게 있어서 강하(江河)와 같은 것이 그 얼마이며, 고량진미(膏粱珍味)라고 하는 것이 자라에게 있어서 다람쥐와 같은 것이 또 그 얼마인가. 그러나 서로들 목숨을 걸고 뛰어들고 또 먹는 것만을 달게 여기면서 어부가 옆에서 웃고 있는 줄은 모르니, 슬픈 일이다. 강가 사람이 나를 위하여 이 이야기를 해 주었다.

다람쥐가 강물로 뛰어든 것은 비록 굶주림의 고통을 면하기 위해서였다고는 하나, 물에서 살지 못하는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어리석은 행동이었다. 또 자라가 어부에게 잡힌 것 또한 밭 한 가운데 그루터기를 지키고 앉아 토끼가 와서 부딪혀 죽기를 기다렸던 송나라 사람과 같이, 힘들이지 아니하고 다람쥐 고기를 얻고자 한 게으름과 어리석음 때문이었다. 제 분수를 모르고 남을 따라 하려다 낭패를 당하고, 불로소득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세태는 비단 과거의 일만은 아닐 것이다. 윤승준<교양학부·강의전담>초빙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