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유익한 ‘국민교양’ 프로그램 전형 제시

예능프로그램의 과잉현상은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의 저하, 프로그램 편성의 불균형과 예능제작의 비대화를 초래하면서, 전체 방송제작에 심각한 파행을 몰고 왔다. 예능프로그램의 과다 신설과 그에 따른 연예인들의 과잉 출연 및 수준 이하의 프로그램 운영 관행들은 텔레비전을 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방송 선택의 권리를 크게 박탈하였고, 심지어는 시청자를 위해 사회공익과 문화교양에 책임을 다해야 할 공중파 방송 본연의 정체성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을 초래하게 되었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무차별적인 확대와 수준이하의 프로그램의 제작에 대한 책임은 단순히 방송제작 관련자들에게만 있다고 할 수 없다. 단순히 제공되는 프로그램을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시청자들 역시 어느 정도의 의식적인 변화가 요구된다고 여겨진다.
이런 예능 프로그램의 문제점에 대한 방송 제작자들과 시청자들의 자각을 통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공익성에 관한 것이다.
오락과 공익 이라는 단어가 연관을 맺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 여겨진다. 단순히 재미만을 쫓다보면 앞에서 나열한 것과 같은 여러 문제점들이 속출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공익적인 측면만을 강조한다면 예능프로그램의 본질인 오락적인 재미가 없어져 예능프로그램의 자질을 상실함은 물론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뿐만 아니라 유익함을 더하는 것이 예능프로그램의 덕목으로 새롭게 부상함에 따라 여러 프로그램들이 선을 보였지만 오락과 공익이라는 두 사이의 폭을 좁히지 못하고 어느 새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우리가 볼 수 있었다.
흔히 황금시간대라고 불리는 토요일 저녁 9시 45분에 MBC에서 방송되는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오락과 공익이라는 측면을 적절화게 잘 조화시킨 대표적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느낌표」라는 큰 틀 안에서 3가지 코너는 시대적인 요구나 사회적 문제점에 적절히 대응하여 변화를 주고 있다. 예전에 방송되었던 〈경림이의 길거리 특강〉은 학교나 학원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닌, 살아오면서 쌓아온 경험과 지식을 통해 인간의 향기와 연륜이 묻어나는 강의를 가까운 곳에서 들을 수 있게 하는 코너로서 시청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주었고,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찾아 보여주면서 환경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고 그 보호에 앞장서자는 취지의 버라이어티성 다큐멘터리인 〈다큐멘터리 이경규보고서〉 역시 중간에 조작이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지만 우리 인간이 자연과 좀더 친해 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코너라 여겨진다.〈하자하자〉는 “해라해라”란 강요 섞인 말이 아닌 “하자하자”는 말을 통해 청소년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해결하자는 코너로 청소년 폭주족 헬멧 씌우기, 아침 밥 먹고 등교하는 풍토 조성 그리고 학생이 아닌 청소년 할인을 위한 캠페인 등을 통해 많은 사회적 의식적 변화를 일으킨 간판 코너였고, 마지막으로 책을 읽지 않는 사회, 즉 책맹사회는 문맹사회보다도 더 심각하다는 구호 아래 한 달에 한번씩 좋은 책을 선정해서 한 달 동안 모든 국민이 읽어보자는 캠페인이 담긴 코너인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는 한때 모든 서점에서 이 코너에 소개된 대부분의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느낌표 선정도서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많은 반향을 일으킨 프로그램이다. 도서의 홍보라는 측면, 도서 선택을 방해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지만 책을 읽는 즐거움을 알려준 고마운 코너로 기억된다.
요즘은 〈국민 건강 프로젝트 - 운동이 운명을 바꾼다!〉라는 코너를 통해 운동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으며 〈범국민적 프로젝트 -서경석 · 이윤석의 효도합시다! 제 1탄 ‘일주일에 세 번 전화하기’〉란 코너는 부모님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코너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은 아시아와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 박수홍 · 윤정수·김경식의 아시아! 아시아! 제 2탄〉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알리고 그들의 고통을 함께하는 데 이어 가난과 조국의 독립을 위해 두만강을 건너 연해주로 넘어가 우리 민족사의 비극을 온 몸으로 떠안은 채 살아가고 있는 50만의 고려인들의 가족 상봉을 도움으로서 민족의 소중함과 가족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우리와는 조금은 떨어져 있는 것 같은 인기 연예인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에게 불필요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의 이야기, 우리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이토록 감동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느낌표」를 통해 알게 되었고, 소외 받는 사람들의 인생 역시 우리의 삶만큼 소중하다는 점 역시 「!느낌표」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개편에 맞추어 신설된 세 코너 역시 운동의 필요성, 부모님의 소중함, 소외받은 이주민들의 힘든 삶을 진실 되고 재미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비추어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많은 이들에게 의식과 정서에 밝은 빛이 되는 프로그램이 될 수 있길 바란다.
이상지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5>
이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