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태어난 지 22개월 만에 아무도 모르는 이의 손에 이끌려 미국인 부부 집으로 입양된 브래드 셔더(21살) 씨가 지난 12일 이라크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라크 파병 한인 중에서 첫 희생자로 알려졌다.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 인근 엘도라도힐스 셔더의 고향집 방 한켠에 걸려있는 태극기의 주인공은 영원히 돌아올 수 없게 되었다. 미국 국방부는 이라크에 파병된 해병 제 1사단 1연대 1대대 에코중대 소속 브래드 셔더 병장이 지난 12일 이라크 무장세력의 저항이 극심한 팔루자시 인근에서 전투 중 총탄에 맞아 전사했다고 14일 확인했다.
지난해 1월부터 7월까지 이라크 첫 번째 파병에서 무사히 귀환한 뒤 전황이 계속되자 두 번째 파병되었다가 비운을 맞았다고 지역신문 ‘세크라멘토 비’는 전하고 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양아버지 글렌 셔더씨는 “아들이 ‘이번에 가면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며 “이번이 두 번째 이라크 파병이어서 가족들이 임무 변경을 하라고 간청했지만 아들은 들으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어머니 로스 셔더씨는 “아들은 이미 한 차례 전쟁 경험을 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전쟁을 두려워했지만 주저함 없이 다시 전장으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셔더 병장은 오크리지 고교 재학시절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당시 코치 잭 한던씨는 “키는 작은 편이었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컸다.”며 “그는 삶에 열정을 갖고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과도 많은 것을 나누고자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의 오랜 친구 크리스 소마는 “학교 럭비팀의 우수 선수로 후배 선수를 지도하고 우등상을 받기고 했던 셔더는 늘 남을 먼저 배려하는 진정한 친구로서 일찍 부터 군인이 되기를 꿈꿨다”며 군 복무를 마치고 제과점을 하고 싶어했던 그의 죽음을 아타까워한다.

이 신문은 또 주인을 잃은 군복이 가지런히 놓여있는 브래드 병장의 침대 벽에 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할아버지의 군복과 삼촌의 군복이 결려 있고 방 한구석에는 그의 출생지인 한국을 상징하는 기념품들과 한국 국기가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이라크 북부 팔루자에서 발생한 미국인 4명 사망사건은 전쟁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사람들은 매복 공격으로 사망한 미국의 민간인 4명이 사지가 잘리고 불에 그을린채 현지 주민들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고 다리에 걸려있는 것을 보고 몸서리를 쳤다. 이번 사건은 지난 93년 아프리카 소말리아에서 미군 병사의 사체가 차량에 매달린채 끌려다닌 장면을 기억시키고 있다. 끔직한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미국은 소말리아에서 철군한 적이 있다. 이라크 현지의 미국 관리들은 오는 6월 말로 예정된 이라크 주권 이양시점이 다가오면서 이같은 공격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한다.
미국인 사체 훼손 사건이 발생한 팔루자에서 계속된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이라크인 6백여 명이 숨졌으며 희생자 대부분은 어린이와 여성, 노인들이라고 이라크 쪽은 밝히고 있다. 팔루자 휴전 중재에 나선 이라크 대표 푸아드 라위는 부상자수만도 1,250명이라고 말한다.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라크에서 미군 철수를 촉구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이라크인들의 혁명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곳에 꼭 대한민국 군인들이 가야하는지 되짚어 보아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LA 미주한국일보 기자)
진천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