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절 생활권, 분산이냐 집중이냐는 인프라 구축에 달려


‘생활을 바꾸는 새로운 속도를 만난다’라는 기치아래 건국이래 최대의 국책사업이라 불리는 고속철도(KTX)가 지난 1일 개통됐다. KTX는 전국 반나절 생활권에 대응하는 종합 서비스 실시, 24시간 365일 중단 없는 서비스 제공, 고객 예약서비스 및 편의 서비스 지원 강화, 다양한 운임요금체계 제공 및 각종 할인제도 강화, one-stop 여행서비스 제공으로 고객서비스 강화, 역내 자동화 장비를 활용한 쾌적한 편리한 여행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개통14일만에 승객 1백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유럽 고속철도가 승객 1백만 명을 돌파하는데 3개월, 일본의 신칸센이 17일 가량 걸렸던 것에 비해 크게 단축된 것이다. KTX는 정시 운행률 97%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하고 있지만 잇따른 사고와 혼란스러운 예매, 좁은 좌석 등 많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기존의 기차 운행 수보다 운행 열차 수가 줄고, 10%의 운임료를 줄이는 대신 무궁화호와 새마을호의 속도를 각각 60km/h, 70km/h로 제한해 서민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고 있다. 벌써 ‘안티 철도청’이 생겼을 정도다.
특히 고속철도의 빠른 개통의 가장 큰 이유는 지방의 특성화를 살려 수도권 집중 현상을 피하는 것이었지만, 반나절 생활권이 됨에 따라 오히려 다시 수도권으로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고속철 개통으로 교통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나타나면서 인구 이동이 활발해지고 수도권의 지리적 경계도 확대 될 것을 예상했다. 생활과 여가 패턴의 변화 뿐 만 아니라 역세권을 중심으로 낙후된 지역경제가 활성화되는 등 경제적인 파급효과 역시 막대하며, 사람과 물자의 흐름을 촉진시켜 새로운 경제활동을 창출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KTX의 기대효과 중 하나로 탈 서울 현상을 손꼽았다. 서울에서 천안까지 34분, 대전역까지 49분이 걸리기 때문에 실질적인 지방화 시대가 열리게 되어 고속철 통근족이 대거 등장하고 서울의 집 값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고속철 정차역 주변에 내 집 마련 붐이 일어 신 거주지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했다. 철도 관계자들은 고속철이 생기면 천안과 아산은 서울에서 30분 거리가 되고, 자동적으로 수도권에 편입 될 것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되풀이해왔다. 서울에서 전세 사느니 천안의 널찍한 아파트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고속철 통근족이 대거 생겨날 것이라는 홍보였다. 하지만 막상 고속철이 개통한 후 달라진 모습은 천안에서 서울로 오가는 고속버스 이용객이 9% 늘었다는 것이다. 천안, 아산역의 하루 이용객이 2천명도 안 된다고 한다. 오히려 지방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보다, 서울에 살며 지방으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 수도권과 지방도시의 지역간 연결이 빨라짐에 따라 수도권에 집중된 정보의 흐름이 지방으로 빠르게 전달되어 지역간 정보격차가 해소되는 기틀이 마련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지방의 아파트와 대학가의 원룸 촌 등은 비어만가고 있다.
이제 유사이래 최대 규모의 국책사업인 만큼 고속철 개통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중앙의 논리가 주도해 온 수도권 중심의 기형적 경제발전에서 벗어나 지방의 논리적인 지역균형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 적극적인 계기로 삼아야 한다. 역세권을 지역경제의 핵심으로 발전 시켜나가고 연계 교통망 확충 등으로 물류시스템을 선진화하는 등 직·간접적인 경제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투자비를 회수하는 길이 될 것이다.
더 나아가 고속철이 한반도의 ‘절반 운행’에 그친다면 고속철시대 개막의 의미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한두 시간 단축하자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할 필요는 없었다는 비판을 잠재워 가야 할 것이다.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

지난 4월 1일 개통된 KTX가 광명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