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지역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
한성수(의과대학·의학과·소화기내과)초빙임상교수

고희의 나이에도
쉬는 주말이면 30여명의
외국인 근로자 돌봐

“누군가를 돌봐줄 수 있음에 감사”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상은 참으로 선하다. 천안 지역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무료 진료를 하고 있는 한성수(의과대학·의학과·소화기내과학) 교수의 모습은 꼭 그랬다.
어려서 몸이 약해 동네 병원에 자주 다녔고, 그 병원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이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이 신성해 보였다는 그는 다섯 살 무렵 때부터 자라서 의사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애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하는 소독약(라이솔)냄새가 싫지 않았던 까닭도 다 이유가 있었나보다.
6.25, 그 전쟁통에서도 의사가 되겠다는 꿈으로 열심히 공부해 서울의대에 입학했다. 인턴을 마친 후 미국의 외국인 의사 자격시험(ECFMG)에 합격했다. 뒤이어 65년에 결혼하고 그 해 여름, 새로운 삶을 위해 희망으로 부푼 가슴을 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미국에서의 삶이 쉽지만은 않았다. 경제적인 문제는 당연하고 인종차별의 문제도 앞을 가로막았다.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그는 종교의 힘으로 버텨냈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게 되자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hunger center에 가서 자원봉사도 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개인적으로 돕기도 했습니다. 또, 인도네시아, 멕시코, 중국 연변에 의료 선교도 다녀왔지요”라고 말하며 “내가 가진 것은 의술뿐이니 의술로 도울 수 밖 에요”라며 도움을 당연시 했다.

1971년부터 2002년 6월 은퇴하기까지 31년 간 열심히 일하고 봉사했으며 은퇴 후 플로리다에서 쉬는 중에 지난 8월부터 우리대학병원에서 임상교수로 일하게 되었다. 천안으로 와서는 천안장로교회, 천안성결교회, 천안외국인교회에 다니게 됐고, 천안 지역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다는 얘기에 자진해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형편도 어렵고, 의료보험의 혜택도 받을 수 없는 이들을 위해 한 교수는 매주 일요일, 천안장로교회에서 아침 예배를 보고 1시간가량 진료를 하고, 천안성결교회로 가서 오후 예배를 보고 예배 후에 또 1시간가량 진료, 끝난 후에는 천안외국인교회로 가서 다시 예배 보고 진료를 하고 있다. 한 교회당 매주 10명 정도 진료하고 있으니 세 교회를 다니면 도합 일주일에 20∼30명을 진료하는 셈이다. 평일에는 병원에서 진료하고 주말에는 교회에서 진료하고, 일흔의 나이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통해 남을 도울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다고 말한다. 다른 일이 생겨도 만사 제쳐두고 교회에서의 진료를 우선으로 하며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다. “우리 집사람은 교인들과 우리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영어회화를 가르치고 있어요. 그 사람도, 나도 봉사하는 일에는 열심이지요”라며 “봉사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찾고 있답니다”라고 말했다.
진료를 하다보면 마음이 아플 때도 있다. 한 교수를 찾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병자가 아니라 근로자로 오기 때문에 다들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 그래도 가끔 아픈 증상을 치료할 약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으로 보내야 할 때도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가져온 약과 병원에서 가져온 약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또, 계속해서 지속적으로 환자를 봐야 하는데 합법적 체류자가 아닌 경우에는 자주 올 수가 없다. 교회에서 보지 못하는 날에는 어디 더 덧나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다. “한 번은 천안장로교회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사람 한 명은 진찰을 통해 선천성 심장 질환임을 알아냈는데 형편이 어려워 수술하지 못한 게 아직도 마음에 걸려있네요”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기회가 된다면 미국이나 인디아 쪽으로도 의료 선교를 다녀올 생각이라며 “세상은 혼자 사는 게 절대 아니며 모두 서로 협조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법이지요”라며 “요즘 젊은이들과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이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기를 바래요”라고 말했다.
몸은 무척 피곤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해 봉사하고 있을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한성수 교수. 그의 선한 얼굴에서 남을 먼저 생각하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미 기자>0166500428@dankook.ac.kr
<방유미 기자>  0166500428@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