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하는 우언은 『산당집(山堂集)』 권 3에 실려있는 최충성(崔忠成, 1458∼1491)의 <잡설(雜說)>이다. 김굉필(金宏弼, 1454∼1504)의 문인(門人)이었던 최충성은 『소학』과 『심경』, 『근사록』 등을 기본으로 하여 성정이기(性情理氣)의 학문에 전념하였다. 산 속에서 글읽기를 즐겨 스스로 ''''산당(山堂)''''이라 호(號)하였는데, 이 작품은 당(唐)나라의 시인이자 문장가였던 유종원(柳宗元, 773∼819)의 <재인전(梓人傳)>을 모방하여 지은 작품이다.
옛날에 장석(匠石)이 큰 집을 지으려고 마룻대와 들보로 쓸 큰 재목을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 것이 오래되었다. 태산(太山)의 아래와 장곡(長谷) 사이에 가시나무 덤불 속에서 자라난 소나무가 있었는데, 쑥덤불 사이에 파묻히고 소나 양에게 짓밟혀 제대로 자라지 못하였다. 장석(匠石)이 이를 보고 탄식하였다.
"보기 드문 놈이로다! 마룻대와 들보로 쓸 큰 재목이로다. 허나 제대로 자라지를 못하였구나. 그러니 네 놈을 쓰고자 한들 어디에 쓸 수 있으리?"
옆에 있던 나무꾼이 말했다.
"그러면 잡초를 베어내고 가시나무를 잘라내어 우로(雨露)에 젖게 하고 뿌리가 자라도록 해서 가지와 잎이 무성하게 되어 쓸 만한 재목이 될 때를 기다리면 되지 않소?"
"아! 어느 곳엔들 큰 재목이 없겠는가? 꼭 여기서 나무를 길러 쓸만하게 될 때를 기다릴 게 뭐 있나?"
장석(匠石)은 소매를 떨치고 가버렸다.

사방으로 두루 재목을 구하여 여러 산을 오르내림에 가지 않은 곳이 없었으나 끝내 얻지 못한 것이 또한 백 년이 넘었다. 돌아오는 길에 이 소나무를 보니 곧게 줄기를 뻗어 푸른 구름을 뚫고 높이 자랐고 우뚝 솟은 가지는 봉황이 와서 둥지를 튼 흔적이 있었다. 장석(匠石)이 이에 희색이 만면하여 스스로 말하기를 ''''마룻대와 들보로 쓸 큰 재목을 얻었구나.'''' 하였다. 나무꾼이 이를 보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큰 나무는 들보로 쓰고 작은 나무는 서까래로 쓰면 크고 작은 것이 모두 제 쓰임을 얻나니, 이와 같은 법을 펴서 집을 짓는 것은 장씨(匠氏)의 공(功)이요, 긴 것만 쓰고 짧은 것은 버리는 것은 장씨(匠氏)의 용렬함이다. 집 지을 재목을 구하려 하면서도 재목을 기를 줄 모른다면, 이것은 또한 3년간 말린 쑥을 구하려 하면서도 이를 기르지 않는 것이 아니겠는가?"
''''양잠(楊潛)''''이라는 재인(梓人)의 집 짓는 법을 빌어 재상의 도리를 펼친 것이 <재인전>이었다면, <잡설>은 ''''장석(匠石)''''이 재목을 구하는 것을 통해 인재 양성의 절실함을 피력한 글이라 할 수 있다. 최충성은 ''''선비란 집 짓는 데 필요한 나무와 같은 법''''이니, 국가의 동량이 되고 주춧돌이 될 인재를 양성하지는 않고 단지 인재가 없다고 한탄한다면, ''''정말로 인재가 없는 것인가, 아니면 인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르지 않는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더욱이 커다란 인재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기에, 이 글은 국가 경영의 원대한 안목을 우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최충성은 이 밖에도 2편의 <잡설>을 더 남기고 있다. 『산당집』 권 1에 수록된 <잡설>에서는 형산(荊山)의 옥(玉)이 비록 언제나 모래와 돌 속에 묻혀 있다 해도, 변화(卞和)와 같이 그것을 알아보아서 갈고 다듬어 훌륭한 보석을 만들 수 있는 이를 만나야 비로소 귀해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인재(人才)도 그를 알아주는 이를 만나야 비로소 빛을 발할 수 있다고 하였다. 한편 권 3에 수록된 <잡설>은 태산(太山) 아래 장곡(長谷) 사이에 사는 곤궁한 괴물[天淵之龍]이 오랫동안 버림받았다가 마침내 천연(天淵)의 용(龍)의 구제를 받아 승천하여 만물에 혜택을 베푼다는 이야기인데, 이를 통해 최충성은 비록 지금은 불우한 처지에 있지만 커다란 뜻을 품은 인재들을 버려 두어서는 안 됨을 말했다. 모두가 인재들이 버림받지 않는 세상에 대한 꿈을 담은 글이라고 하겠다. 윤승준<교양학부·강의전담>초빙교수
윤승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