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문화소비층을 긴 동면에서 깨운 매혹적인 초대


문화에 여러 유형으로 자본의 힘이 더해지면서부터 문화 역시 산업의 한 부분으로 인식되고 있다. 개인적으로 문화산업이라는 말에 조금은 거부감을 갖고 있지만, 우리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산업으로서의 문화는 급속도로 성장해 오고 있고 다른 산업과는 달리 무형의 이미지에서부터 유형의 상품, 그리고 소비자의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문화산업이기에 그 영향력은 다른 어떤 산업과도 비교할 수 없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파장의 범위는 물론이고 상품의 활용도도 광범위해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주력하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 문화이다.
음반과 영화에 이어 요즘 소위 돈 되는 문화산업 중 하나가 뮤지컬이다.
어떤 이의 말대로 흥에 취해있는 한민족에게 가장 먹히는 문화 장르가 뮤지컬이라고 말할 정도로 90년대 이후 우리나라 뮤지컬 시장은 성장을 거듭해 오고 있다.
영화의 스크린 단절이라는 단점과 연극에서 느껴지는 무거움을 뒤로한 체 뮤지컬은 신나고 재미있다. 음악과 춤은 슬픔과 기쁨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공연 현장의 뜨거운 열기와 생동감, 다른 어떤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배우들의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준다. 영화 관람료의 10배가 넘는 돈을 지불하고 많은 사람들이 뮤지컬에 열광하는 이유를 우리는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지난 4월 24일. 드디어 대형 뮤지컬 「맘마미아」가 커튼을 내렸다. 15만이 넘는 관객 유치는 물론 많은 평론가들의 찬사 그리고 여러 언론의 관심 한가운데서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한 작품들, 한번 검증을 통한 여러 뮤지컬 작품들이 한국에서 공연되었다. 하지만 그 동안의 작품들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국내 창작 뮤지컬의 경우 극단 에이콤의 「명성황후」의 성공을 통해 많은 작품들이 선을 보였지만 「몽유도원도」의 경우 기획력과 작품 구성에 많은 허점을 보이면서 그 한계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잇단 해외 작품들에 실망을 금치 못한 나에겐 「맘마미아」 역시 우리나라 관객들의 정서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 작품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엔 외국 뮤지컬 작품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얼마나 자연스럽게 조화되는지 여부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좋은 작품이라고 꼭 봐야한다는 홍보는 이제 많이 성장한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 작품을 통해 검증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맘마미아」는 정말 멋진 작품이었다. 단 한 순간도 다른 생각을 할 틈을 주지 않았다. 멋진 배우들은 멋진 무대에서 멋진 의상을 입고 멋진 ‘ABBA’의 노래를 정말이지 열창했으며 예술의 전당을 꽉 매운 관객들은 연신 박수를 치며 즐거워했다.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공연되는 한국판 「맘마미아」를 보기 위해 방한한 팝그룹 ‘ABBA’의 Bjorn Ulvaeus는 “기존 히트곡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중 「맘마미아」를 능가할 작품은 당분간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 역시 「맘마미아」를 보면서 그들의 자신만만한 말이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뮤지컬의 또 다른 묘미는 이미 발표된 ‘ABBA’의 노래가 마치 이번 작품을 위해 만들어진 것처럼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사실이다. Tanya와 Rosie가 주인공 Donna를 위로하며 부르는 ‘Chiquitita’에서 “내일은 결혼하는 날”이라는 가사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이번 작품에 사용된 22곡은 모두 원곡의 가사를 그대로 살렸다.
한국어로 번역된 가사들도 대체로 무난한 편이다. 영어와 한국어의 음절 차이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긴 했지만 우리말로 번역된 가사는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노래와 드라마가 겉돌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했다.
작열하는 그리스 섬으로의 매혹적인 초대인 「맘마미아」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결혼을 통한 우리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표현한다.
뮤지컬은 어렵지 않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배우와 모든 제작진들이 공을 들인 작품인 「맘마미아」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멋진 음악과 극작술의 놀라운 힘을 통해 재밌고 신나는 작품으로 한국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여겨진다.
「맘마미아」의 성공은 단순히 한 작품의 성공이라고 여기기엔 우리에게 많은 것을 남겼다는 생각이 든다. 20대 들로만 가득 찼던 뮤지컬 공연장에 문화계에서 이른바 Sleeping Group 으 로 불려 온 30대 중반∼50대 관객들이 마침내 잠자고 있는 잠재적 문화소비층이 맘마미아를 통해 긴 동면에서 깨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또한 5차에 넘게 치러진 오디션, 그리고 적절한 연습을 통해 배우들이 작품 자체를 이해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여준 공연이었기에 완성도가 있었으며 기획력과 마케팅 측면에서도 많이 진보된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다.
마지막으로 나름대로 내가 꼽은 이 작품의 백미는 Donna와 Sam이 지난 일을 회상하며 부른 ‘The Winner Takes It All’이다. 문희경과 성기윤 이 두 배우의 멋진 하모니는 지금도 내 마음 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출연자와 스텝들에게 존경이 담긴 박수를 보낸다.
이상지 <대중문화예술대학원·공연예술학과·석사과정5>
이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