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령연금제도(국민연금)의 딜레마


지난 번 치러진 총선의 이슈 가운데서 특이한 것 중 하나는 이른바 “老風”이라는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어느 정당의 대표가 자신의 실언을 사과하려고 노인정에 가는가 하면 급기야는 선거대책위원장과 전국구위원 명단에서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과거에는 노인문제로 이렇게까지 사태가 빚어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그 만큼 진전되었다는 간접적인 증거라고 생각된다. 고령화에 대해서는 각종의 통계자료가 우선 말해주고 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의 인구가 작년에 7.2%로 “고령화 사회”에 들어갔으며, 2019년에는 그 비율이 14.4%가 되어서 “고령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로부터 6년 뒤인 2026년에는 노인의 비율이 23.1%나 되는 “초고령 사회”가 된다는 것이다. 노령화 속도도 자주 얘기된다. 얼마나 빠르게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 사회가 되는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9년이 걸려서 가장 짧은 시간 동안 고령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에는 112년이 걸렸고, 미국의 경우에도 75년이 걸렸다고 한다. 독일은 40년이 걸렸고, 가까운 일본만 하더라도 24년이 걸렸다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비교해 보면 실감이 더 날 수 있다. 노령화 사회에서 노령 사회로 가는데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5년 빠르다. 그러나 고령 사회에서 초고령 사회로 가는 데는 일본이 14년 걸리는데 비해서 우리나라는 그 절반인 7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한다. 전 세계의 주요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것이 확실하다.
노인의 증가, 즉 고령화의 문제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선 경제적으로 어려워질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왜냐하면 전체 인구 중에서 생산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줄고, 한 사람이 일해서 부양해야 할 식구가 그 만큼 증가하기 때문이다.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 야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노인에 대한 경제적 복지를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이다. 우리나라의 속담에 “가난은 나라님도 어쩌지 못 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 기준으로 보면 무책임한 위정자나 할 소리다. 국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국민을 잘 살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거의 모든 나라가 도입하는 것이 노령연금제도이다. 다만, 노령연금은 어느 사회가 생산하는 총량이 국민들이 나누어 먹기에 충분할 때에만 가능하다. 먹는 문제를 해결한 나라만이 연금제도를 운영할 수 있다.

그런데 여러 나라에서 운영하는 노령연금제도는 공통의 딜레마를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이라고 부르는 이 제도는 수십 년 간 자기의 소득에서 일정 부분을 연금으로 내면 65세가 된 다음부터 돌려받는 것으로 설계되어 있는데, 돈을 돌려 주다보면 하나도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가지고 갑론을박했지만 뾰족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궁리 끝에 이미 받아 놓은 기금이나마 잘 운용하기 위해서 유능한 기금관리자까지 공모했는데 이 역시 결정적인 해결책은 되지 않는다. 노령연금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노령연금제도는 자신의 소득 중 수준별로 돈을 내고 나중에 불입한 금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받는 구조로 되어있다. 자신이 낸 돈에서 고정비율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돌려받는 형식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구조는 반드시 기금고갈이라는 현실에 직면하게 되어있다. 더구나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될수록 기금고갈의 가능성과 속도도 높아진다. 젊은 사람들의 돈을 모아 노인들에게 나누어 주어야 하지만 젊은이의 비율은 더욱 떨어지고 노인의 비율은 점점 증가하기 때문이다. 몇 가지 안 되는 해결 방법 중 하나가 돈을 지급할 때 그 총 규모를 받아 놓은 돈의 일정 비율로 제한하는 것이다. 들어오는 돈은 줄어들고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 결국 기금은 고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문제 해결의 열쇠는 과거에 돈을 얼마 냈던지 간에 연금수령 당시의 지불가용금액을 초과해서 돈이 나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지불가용금액이란 어느 사회가 노인들에게 연금으로 지불할 수 있는 총 금액이다. 다만, 이런 식의 제도는 현재와 미래의 사람들 사이에 소득이 이전되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