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헤저드는 경제적 득실보다 도덕적 수준과 관계

해마다 TV 뉴스에는 반드시 한 번 이상 가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보도가 나온다. 나올 때마다 내용도 비슷해서 처음 장면은 방송국 기자가 어느 병원을 급습하여 교통사고 환자가 입원한 병실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음에는 카메라가 텅 빈 입원 환자용 침대를 비추고, 기자가 주변을 뒤지면 소주병과 화투도 나온다. 그리고 가짜 환자 중의 한 사람과 인터뷰를 하면 그 사람은 대부분 “이 곳에 입원한 사람 중 몇 %이상은 가짜에요” 라고 대답한다. 그 다음은 화면에 기자가 나와 가짜 교통사고 환자에 대해서 설명하고, 그 문제점과 당국이 조사를 시작했다느니 어쨌다느니로 막을 내린다.
보험은 현대 사회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의 하나이다. 가장 흔한 자동차 보험부터 몇 년전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종신보험까지 보험의 종류는 다양하다. 농담 섞인 말로 보험은 보험회사에게 돈 벌어다 주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말하지만, 평소에 보험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사람도 막상 부양해야 할 가족이 생기고 책임의식을 가지게 되면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보험은 자신에게 다가올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위험을 수 많은 사람이 공유함으로써 개인의 부담을 줄여준다. 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위험관리를 시작하는 것이다. 보험회사가 판매하는 다양한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외에도 국가가 관리하는 보험도 있다. 의료보험, 실업보험, 국민연금이 그것이다. 과거에 보험이 없었던 시절에는 개인에게 닥치는 위험을 고스란히 혼자서 감당해야만 했다.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치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미숙아일 뿐이다.
보험의 기본 원리는 간단하다. 자동차 보험을 예로 들어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100이고, 교통사고가 한 번 일어날 때 지불해야 하는 돈이 100만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100명이 각자 만원씩 내면 된다. 만일 천명이면 천원씩 내면 된다. 그러면 보험 가입자들이 낸 돈으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손해를 지불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세계의 보험은 보다 복잡하다. 실제로는 매 번 교통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다르고, 한 번에 지불해야 할 금액도 일률적으로 백만원이 아니다. 정확한 보험료를 계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자료를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변수를 추출한 후 미래에 유사한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 때때로 예기치 않은 일도 벌어진다. 어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실제로 입은 손해는 100만원인데 200만원을 받는 경우가 그것이다. 가벼운 타박상이기 때문에 통원치료를 통해서 치료가 가능하지만 입원한 후 놀고 먹으면서 입원비는 물론 손해배상까지도 받을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느 것을 선택할까? 비단 교통사고의 경우만이 아니다. 손해보험의 경우 2억짜리 집을 3억의 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생각하면 더욱 명료해 진다. 보험 가입자는 차리리 집에 불이 나서 3억의 보험료를 받는 것이 이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보험 가입자에게 위험을 방지할 동기가 사라지게 되고 오히려 위험을 야기하려는 행동(도덕적 해이, moral hazard)이 나타난다.
도덕적 해이가 나타나는 분야는 대단히 다양하다. 만일 정부가 실업자에게 지나치게 많은 실업수당을 지불하면 실업자는 계속 실업자로 남기를 원할 것이고 실업률은 오히려 증가하게 된다. 가난한 사람에게 저가의 임대주택을 공급한다고 해서 주거생활의 질이 나아진다고 보장할 수 없다. 일단 주거를 확보한 사람은 정부가 마련해준 임대주택에 안주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도덕적 해이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득실 때문에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정설이다. 어느 사회 또는 집단의 도덕적 수준과 깊은 관계가 있다. 도덕적 수준이 높으면 비록 눈앞의 이익이 보이더라도 양심의 상처를 감수하는 짓은 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최소의 비용으로 다양한 위험이 관리되도록 보험을 잘 설계하는 일이다. 즉, 자동차보험은 사고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더 높은 보험료를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보험 가입의 동기가 사고확률이 높은 사람에게 더 커지기 때문이다. 설계를 잘못하면 위험이 큰 사람들만 보험에 가입하려 하고, 위험이 낮은 사람은 보험을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나서 보험이 실패하게 되는데 이것을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고 한다. 따라서 오늘날의 보험회사는 사고위험이 높은 사람은 보험료를 높인다든지, 보험가입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역선택을 방지하고 있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