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대학씨름연맹 최우수 선수
온형준(산업경영대학원·스포츠경영학과 1학기) 원우

매일 옷을 벗고 모래판에 뒹굴며 사는 남자

2주에 한번씩 보육원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는
씨름꾼 이전에 ‘선행꾼’이었다


“모래판은 제 눈물과 기쁨, 좌절과 환호 그리고 제 삶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제 가장 친한 친구죠”.
모래판이 늘 놀이터처럼 재미있고 편하다는 그는 대학 씨름 연맹이 2003년 최우수 선수로 선정한 온형준(산업경영대학원·스포츠경영학과 1학기) 원우.
“제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제 스타일의 씨름을 하고 싶어요”.
운동을 할 때만큼은 고집 세고, 독하고, 승부 욕도 강하고, 악바리 근성도 강하다고 자신을 소개하는 그는 평상시엔 영화‘어린 신부’가 정말 재미있었다고 말하는, 인터뷰 약속을 위해 건 휴대폰에서 코요테의 ‘디스코 왕’이 흘러나오는 ‘덩치 큰’ 우직하고 매우 긍정적인 평범한 학생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덩치가 큰 편이었대요. 갓 태어났을 때도 거의 돌이 다 된 아기처럼 우량아였대요”.
같은 또래의 친구들 보다 큰 덩치 탓에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씨름을 시작했다. 부모님의 반대가 심해 초등학교 졸업 때까지만 운동을 하기로 했었지만 5학년 때 대회에서 3등을 한 후 6학년 때 전국대회 1등, 소년체전 1등의 결과를 얻으면서 중학교 감독들의 눈에 띠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왔다. 워낙 공부도 잘하는 똑똑한 학생이었기에 부모님은 공부하길 원하셨지만 그는 씨름을 택했다.
지금도 운동을 택한 것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중학교 1학년 합숙 훈련 때였죠. 형들한테 기합 받고 맞는 것이 싫어서 도망을 나온 적이 있었어요”.

어린 마음에 견디기가 너무 힘들어서 그곳을 나와 발걸음을 옮긴 곳이 고작 자신의 집이었고 아버지께 많이 혼나고 결국 도망 나온 지 하루만에 다시 합숙소로 돌아갔다.
대학교 입학후 1등을 열번이나 한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우수’ 선수다. 하지만 이런 그에게도 슬럼프는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온 제 인생의 최대 고비였죠. 제게 운동은 제 또 다른 반쪽인데 한순간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돼버릴까 두려웠어요”. 1학년 겨울, 스키수업을 들으러 갔다가 무릎인대가 파열돼 수술을 하고 8개월 동안 모래판에 서지 못했다. 그 동안 항상 앞만 보고 달려온 그에게 잠시나마 샅바를 맬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은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재활 운동 후 참가한 2학년 두번 째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그 순간이 운동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고 말하는 그는 무슨 일 이든지 하면 된다는 말을 실감 할 수 있었다.
“가끔씩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답답할 때가 있어요” .
연습 때도, 시합 때도, 운동할 때도 항상 웃옷을 벗고 생활하는 그이기에 날씨가 더운 날이면 옷을 벗고 다니고 싶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연습 경기 한판만으로도 거의 3㎏의 몸무게가 줄어든다. 씨름은 이만큼 체력소모가 큰 탓에 잘 먹어야 한다.
“씨름은 예의를 중요시하는 운동이죠. 기본 틀에서 어긋나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운동할 때는 열심히 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노는 것이 좋다는 그가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 그는 후배들과 함께 2주일에 한번씩 상암동에 있는 구세군보육원으로 봉사활동을 나가고 있는 따뜻한 ‘선행꾼’이다.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부모님과 그 동안 저를 이끌어 주신 감독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요즘 씨름의 인기가 많이 떨어져서 안타까워요. 많은 사랑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씨름에 대한 그의 뜨거운 애정도 엿볼 수 있었다. 앞으로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다는 그는 ‘후회할 행동을 하지 말자 ’가 좌우명이라고 한다. 이번 학기에는 대학원 공부를 시작한 만큼 공부에 대한 욕심도 많고 나름대로의 인생관이 아주 뚜렷하다. 곧 프로에 입단하게 될 온 선수가 모래판 위에서 꽃가마를 타는 날이 빨리 오길 팬으로서 기대한다.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