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교- ‘근본의 문화’를 찾아서

공자 가라사대 ‘너희는 사람이 먼저 되거라’


공자는 어떤 주제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가르쳤다.


높이 떠올랐던 해가 뉘엿뉘엿 산너머로 자취를 감추고 집집마다 모락모락 밥 짓는 냄새가 온 마을에 퍼지는 저녁 무렵이 되면 앞문으로, 옆문으로, 뒷문으로 온몸이 온통 흙투성이가 된 아이들이 하나 둘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소리치며 뛰어다니던 아이들도, 장난치며 도망 다니던 아이들도, 뭐가 그리 속상한지 훌쩍거리며 들어오는 아이들도, 방안에서 들려오는 “흐음”하는 굵직한 헛기침 소리에 모든 아이들은 순식간에‘얼음’이 되어버린다. 훈장님이‘얼음 땡’을 풀어 주기 전까지는 서로 손짓, 발짓으로 대화를 한다. 숙소로 들어가 씻고 한복을 갈아입고는 옷 매무새를 가다듬고 조용히 나와 밥을 먹으러 발걸음을 옮긴다. 언제 그랬냐는 듯 점잖게 뒷짐을 지고 걸어가는 모양새는 아직 어리지만 영락없는 선비 모습이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인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벌써 숟가락을 들어 하얀 쌀밥을 한 숟갈 듬뿍 얹은 아이들도 보인다. 내내 배가 고팠나보다. 그러나 그냥 지나칠 리가 없다. 훈장님이 들었던 숟가락을 다시 밥상 위에 내려놓는다. 눈치 빠른 영복이는 얼른 숟가락을 내려놓는데, 그 옆에 앉은 순이는 여전히 연신 밥을 입으로 가져다 넣는다. 영복이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살짝 찌르자 그제서야 눈치를 채고 숟가락을 내려놓는다. 이번엔 모두들 훈장님이 숟가락을 손에 쥔 것을 확인 한 후에야 숟가락을 든다.
맛있게 밥을 먹은 뒤엔 각자 자기의 그릇을 닦는다. 쌀쌀한 저녁, 찬물에 손 담그기가 쉽지만은 않을 터인데 누구하나 떼쓰는 사람이 없다. 그렇게 밤은 깊어가고 문안인사를 드린 아이들은 저마다 고이 잠이 든다.
나라에 충성하고, 부모님께 효도하며, 스승에 대한 존경을 배우기 위해 모여든 아이들은 가장 먼저 사람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할 덕목에 대해서 배운다. 이런 덕목은 유교 사상의 대표적인 학자인 공자로부터 전해져 온 것이다.
노나라 양왕 22년(B.C 551) 경술년 11월 경자일에 노나라 창평향 추읍에서 울음소리가 유독 큰 한 아기가 태어났으니, 바로 이름은 구(丘)요, 자(字)는 중니(仲尼)이니, 그 선대(先代)는 송(宋)나라 사람인 공자였다.

“어르신, 송구하지만 그것은 그 쪽 자리가 아닙니다. 이쪽에 놓아야 맞는 것입니다.” 공자는 아이가 되어 장난할 때조차도 항상 제사나 잔치 때 법식에 따라 상차림을 해내는 등의 예를 행했다. 장성하여 창고관리자(계리)가 되어서는 요량을 평하게 하시고, 축산담당자(사직리)가 되어서는 가축이 번식하였다.
그는 인정도 많고 생각도 깊은 사람이었으니, 맹인을 접대할 때, 그 눈먼 손님에게 그 자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을 소개하였으며 그 손님이 호기심은 있지만 볼 수 없는 것을 모두 알려주는 등 세심한 배려를 하였다. 인정이 많아 자기 재산보다는 사람의 안전에 더 관심을 가졌다. 어느 날이었다. 누군가의 실수로 마굿간이 불탔을 때, 조정에서 돌아온 공자는 “아무도 다치지 않았는가”하고 물었을 뿐 말에 대해서는 묻지도 않았다. 사냥을 할 때도 낚시는 했지만 그물은 사용하지 않았고, 창을 던졌으나 앉은 새는 쏘지 않았다.
또한 공자는 자제력은 대단하였지만 초인간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는 감정이란 자제해야 한다고 믿었지만 총애하는 제자 안회가 죽었을 때는 슬픔을 억제하지 않았다. 다른 제자가 공자에게 “선생께서는 너무 지나치게 슬퍼하십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과연 그랬던가? 그러나 만약 이 사람을 지나치게 슬퍼하지 않는다면 누구에게 그렇게 할 것인가”하고 대답해 사람 사이의 사랑을 뉘우치게 했다.
그의 교육방법은 완전히 형식을 떠난 것처럼 보이며, 수업시간이나 일정한 시험도 없었던 것 같다. 그 대신 공자는 한 명, 또는 동시에 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고 때때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책은 그들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했지만 공자가 학습해야 할 것을 지시해 주고 특별한 대목은 함께 토의하였던 것 같다. 이것은 공자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목적은 단지 학자를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할 군자를 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어떤 주제를 가르친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가르쳤던 것이다. 그래서 그의 방법은 극히 개인적이었으며, 제자마다 다른 문제를 제기하였기 때문에 가르치는 방법도 제자마다 달랐다.

따라서 각 학생의 인물됨을 관찰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주의 깊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을 관찰한다. 그 방법 중에는 현대의 정신요법을 상기시키는 것도 있는데, 그것은 학생들의 마음을 편안케 한 후 그들의 소망을 기탄 없이 자유롭게 말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그럴 때면 그는 중간에 말을 끊거나 논평을 하여도 속으로만 하였을 뿐이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동안 그는 자기가 받은 인상을 종합하여 그들의 장점을 어떻게 살리고 약점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였다.
이렇듯 공자는 사람의 근본적인 도리에 대해 사람들로 하여금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의 사상을 본받기 위해 고려중기 향교를 설립해 유교사상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 틈새로 들어와 아이들은 하나, 둘 눈을 뜨기 시작한다. 이불을 정갈하게 접어놓고는 스승님께 가 아침 문안 인사를 올린다. 오늘도 아이들의 아침은 예를 갖추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잊고 지내고 있다. 물질적인 것들이 우리 조상들의 기본정신을, 근본적인 것들을 빼앗아 가 버렸다. 오랜 시간 후 다시 찾은 향교는 이제 향교를 지키는 노부부만이 살고 있었다. 노부부의 얼굴엔 지난 세월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가난했지만, 먹을 것이 없어 굶주렸었지만 사람다운 사람들이 살았던 그 날들을 회상하고 있었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하여…….
<장민정 기자>stump0826@dankook.ac.kr

① 조상들의 묘비를 모셔놓은 곳.
② 충북 단양군 단성면에 자리잡은 ‘단양향교’의 전경.
③ 기숙사였던 ‘동재’의 모습.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