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숙의 <투사>(projection. 2004)


현재 서대문구 독립공원 내의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리고 있는 “충돌과 흐름“전(5월 4일-23일)에 출품된 작품의 하나로서, 서대문형무소에서도 평소에는 공개되지 않는 제10옥사의 한 감옥에 전시되어 있다. 방의 크기는 174*240센티미터, 그러니까 한 평을 약간 넘는 크기의 방에 인화된 사진을 벽에 부착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메인 사이트에서 ‘몸(body: 제10옥사)'''', ’시각(vision: 제11옥사)'''', ‘충돌과 흐름(crash & flow: 제12옥사)''''의 3가지 섹션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에서도 제10옥사는 방의 크기가 가장 작고 한 층에 이러한 방들이 36개나 늘어서 있다. 이 곳은 아무래도 사람의 신체를 밀폐된 공간에 가두고 통제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배어나는 까닭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이다.
유지숙은 서울여대 대학원을 졸업한 신예작가로서, 90년대 말부터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자신의 얼굴사진을 한 장씩 촬영하여 그 사진들을 동화상으로 제작하는 “10년 간의 초상화”시리즈를 제작하면서 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주된 테마는 아무래도 ‘몸(身體)’이라고 할 수 있다. “10년 간의 초상화”는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근육들의 몸부림(?)과 프레임과 프레임사이, 즉 하루 하루의 간격이 동화상으로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몸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 감옥에서 자신을 표현하도록 제안 받았다. 그런데 작가는 여기서 자신의 몸을 벽에 투사(投射)한 듯한 이미지를 배치했다. 즉 작가의 몸이 파노라마와 같은 공간으로 변하는 것이다. 정교한 디테일을 가진, 매우 큰 사이즈로 인화된 사진이라서 그 신체성이 역력히 드러날 법도 하지만, 이 공간에서는 정반대이다. 그녀의 몸이 기화(氣化)되어 벽과 일체가 되어 버리는 까닭이다. 작가는 자신이 이 공간에 갇히는 설정으로 시작된 이 작업을 관객의 시선을 가두는 방법으로 마무리지었다. 이 방에 들어선 관객은 결국 작가에게 포옹당하는(?) 형국이 되며, 이처럼 미묘한 공간의 반전에서 자신이 갇히는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이곳 제10옥사에 출품한 작가는 약 30명 정도인 데, 저마다 독특한 방법으로 이 공간과 신체의 관계를 해석해 내고 있어, 그 다양성이 실로 볼 만하다.
파놉티콘 구조로 늘어선 10에서 12까지의 옥사들, 그 선을 따라 양쪽으로 늘어선 감방들, 이 모두가 평상적인 곳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억압과 감시의 시스템으로서 과거 1세기동안의 한국의 역사적 아픔이 녹아있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이 공간을 방문하였을 당시에 필자의 몸을 엄습하던 전율(戰慄)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이 전시를 기획했던 필자로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이처럼 강렬한 아우라(AURA: ‘靈氣‘라고 번역됨직하다)를 풍기는 장소일수록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일시적이고 덧없는‘ 빛의 이미지(映像)와 잘 어울린다는 사실이다.
<예술대학·예술학부·서양화전공> 교수
이원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