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당신은 저의 아버지임과 동시에
이 땅의 아버지입니다.

지난 2개월 간 가시방석 같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돌아보면 대통령직을 맡은 직후부터
지금까지 어찌
편안한 날이 하루라도 있었겠습니까.

날 선 칼빛처럼 번뜩이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서
언론과의 전쟁,
큰 아버지 사건,
잇따른 자살과 경제 불안,
파병과 부동산 문제 등...
결국 탄핵안 가결에 이르렀고
당신은 영어의 몸이 되어
하릴없이 찾아드는 북악의
봄볕만 태우셨지요.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정치적 수를 놓는다는 것이
정치 초년생에겐 더더욱
힘든 것인 걸요.
그래서 대통령 못해먹겠다는
‘뚝배기’ 같은 말씀도
하시고 ‘내 삶은 늘 한두 걸음
떼다 쓰러지곤 한다’는
독백도 있었지요.

이제 당신의 자리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직위에 맞는 언행(言行)만이
국민의 신뢰를 쌓을 것이며
국가의 원수로써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미국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축하전화도 받으셨다지요.
강대국의 힘의 논리와
유혈이 낭자한 전쟁도
태연자약 치루는
악의 기운은 받지 마십시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국민의 아픈 곳을 잘 아는
국민의 의사가 되어 주세요.

당신에 대한
국민의 원성이 커지면
대한민국의 희망은 없습니다.
저희는 당신을 사랑하고, 믿습니다.

2004. 5. 16
대한의 딸 올림
<길지혜 기자>  tameyou@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