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락 먹으며 거래하는 뉴욕증권거래소


우리 나라에는 3개의 거래소가 있다. 그 중에서 2개는 주식을 거래하고, 나머지 하나는 선물ㆍ옵션을 거래한다. 거래하는 대상은 다르지만 거래방법은 상당히 비슷하다. 경쟁매매라고 부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붙여진 이름이 암시하듯이 거래 조건을 제시하여 우선 순위를 정한다는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가 참여하는 시장이므로 공정한 거래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의 거래소들이 가지는 다른 주요 공통점은 모두가 완전 전산화 시장(fully electronic market)이라는 것이다. 완전 전산화 시장이라는 것은 주문의 전달부터 거래의 체결과 그 결과의 보고가 모두 컴퓨터로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우리 나라는 증권ㆍ선물시장이 비교적 늦게 만들어져 컴퓨터의 도입이 용이했고, 인터넷의 발달과 결합하여 전산화의 효과를 크게 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미국의 증권시장은 대부분이 완전 전산화 시장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도 주문의 전달은 대부분 컴퓨터로 하고, 거래의 체결도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간에 많은 사람이 있다. 이것은 TV에 나오는 증권시장을 보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증권시장은 전산화가 이루어지면서 한 때 천명이 넘었던 시장 내의 인원이 지금은 수십 명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뉴욕증권거래소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버글거린다. 점심 시간이 되면 증권시장 안으로 햄버거나 도시락을 배달하여 먹으면서 거래를 하는 모습은 우리 나라에서는 10여년 전에 없어졌지만 세계 최대의 뉴욕증권거래소에서는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왜 그럴까? 미국의 전산화 수준이 우리보다 떨어지는 것일까? 아무튼 뉴욕증권거래소는 당분간 이러한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생각된다. 완전 전산화 시장보다 현재의 시스템이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시장 내에는 다양한 거래자가 있다. 일반 고객의 주문을 시장으로 전달하는 브로커가 있는가 하면 브로커에게서 주문을 받아 이를 체결시켜주는 스페셜리스트라는 사람이 있다. 뉴욕증권거래소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스페셜리스트는 브로커의 주문을 받아 처리하기도 하지만 자기 자신이 직접 거래를 하기도 한다. 만일 어느 종목의 거래가 부진하면 자신이 주문을 제시하여 거래를 성립시키기도 하고, 특별한 사유가 없이 가격이 심하게 변할 때에는 자신의 주문으로 이를 완충하기도 한다. 그런데 스페셜리스트는 다른 사람의 주문을 처리하기도 하고 자신의 주문을 직접 집행하기도 하므로 때때로 이해상충의 관계가 벌어진다. 자신에게 불리한 주문은 배제하고 유리한 주문만을 처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경우는 별로 발생하지 않고 시장을 안정시키고 가격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순기능이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스페셜리스트에게 부여된 수 많은 의무가 규정화되어 있고, 기본적으로 순기능을 유지하여도 충분한 경제적 동기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스페셜리스트는 두 가지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다른 투자자의 주문을 처리하는 비중이 압도적이다. 즉, 증권시장 밖에서 주문이 들어오면 이를 받아 처리하는 기능이 주된 임무인 셈이다. 대부분의 증권가격 역시 외부 투자자의 주문에 따라서 형성된다. 스페셜리스트는 파는 자와 사는 자의 주문을 매치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을 주문구동형 시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뉴욕과 쌍벽을 이루는 미국의 증권시장인 나스닥은 방식이 다르다. 투자자의 주문이 전달되면 중간에 스페셜리스트와 같은 사람이 있어서 매도와 매수를 집중시킨 후에 엮어주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의 주문은 통상 10여명의 마켓메이커가 각자 제시한 주문(호가라고 한다) 중 가장 유리한 것과 매치된다. 한 종목 당 여러 명의 마켓메이커가 있어서 투자자로부터 주문을 받은 브로커는 어느 마켓메이커가 제시한 가격이 가장 유리한가를 탐색한 후 유리한 주문과 투자자의 주문과 체결시킨다. 나스닥에서는 주문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고 각자가 나름대로의 주문 조건을 제시한다. 그러면 투자자의 주문을 이 중 가장 유리한 주문과 매치시킴으로써 가격이 형성된다. 가격의 형성이 마켓메이커가 제시한 주문에 따라 이루어지는 나스닥과 같은 시장구조를 호가구동형 시장이라고 한다.
<증권거래소 시장감시부 차장·87 법학 졸>choica@kse.or.kr
최욱  choica@ks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