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없는 전쟁에 포로학대까지, 추가 파병 반대 힘 얻어

세계 평화와 정의의 수호자라 자처해왔던 미국이 최근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으로 아랍권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 비난 받고 있다.
미군의 인권유린 사실이 드러난 것은 CBS방송이 지난달 28일 아부 그라이브 감옥의 이라크인 포로 학대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다. 또한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이라크인 포로들이 음란한 범죄적 학대행위를 무수히 받았다는 미 육군 내부 보고서를 추가로 폭로하면서 파문이 더욱 커졌다.
아부 그라이브 감옥에 수감되었다 풀려난 포로의 증언에 따르면 동성 간 성행위와 자위행위가 강요 됐으며 옷을 벗은 채로 하루 종일 방치되고 미군은 이를 촬영하고 즐겼다. 이처럼 포로들은 폭력과 전기고문은 물론 성적학대를 당했으며 심지어 여성포로는 미군에 의해 강간당했다.
이와 관련 한국 이슬람교 중앙회 이주하(주임 선교사) 씨는 “이라크 포로의 성적학대는 이라크 국민뿐만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모욕이다”라고 말하며 “이슬람에게 있어 자신의 맨몸을 들어낸 다는 것은 존재자체를 부정하는 것으로 절대 수용될 수 없는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미군의 인권유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포로학대에 대한 국제적 비난이 거세지자 미국무부는 세계인권보고서 발표를 취소했다. 세계인권 보고서란 미국이 매년 5월 초 발표하는 전 세계 1백여 국가의 인권 성적표에 해당하는 보고서로 이는 국제적 여론을 의식한 미국의 대처라 볼 수 있다.

지난 6일 부시대통령이 포로학대와 관련 공식 사과를 했다. 그러나 미국은 아직도 이 사건이 일부 군인과 이들에 대한 잘못된 통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며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훼손시키는 것은 아니라 주장하고 있다.
현재 미 정부는 지도자의 책임 없이 사병들의 처벌에만 그치고 있어 비난 여론은 거세지고 있으며 포로 학대가 광범위하게 이루어 졌고 상부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병들의 진술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럼즈펠드 장관에 대한 경질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시민단체들이 미군의 이라크 철수와 한국정부의 파병결정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라크 평화네트워크, 참여연대,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환경운동연합 등 4개 단체가 지난 10일 미대사관 옆에서 ‘미군의 반인륜적인 이라크인 포로 학대 규탄 집회’를 열어 공식적인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가파병에 대한 기존 입장을 고수 하고 있다.
평화를 만드는 여성회 전은주 정책국장은 “명분 없는 전쟁도 모자라 종전 후 1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이라크에서는 반인권적 폭력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며 “미군은 즉시 이라크를 떠나야하고 우리나라의 추가 파병 역시 불가하다”고 말했다.
미군에 의해 자행된 이라크 포로 학대는 국제적 협약을 무시하고 인권을 침해한 만행이다. 국제사회는 이에 대한 비난은 물론 향후 미국이 어떤 보상을 할지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의 조사는 미국이 아닌 국제기구에 맡겨지는 것이 옳다. 그리고 미국 또한 확실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


지난 10일 미대사관 앞에서 파병반대와 이라크 포로학대 규탄시위를 하는 시민단체.
<이지희 기자>  edelweiss317@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