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소설’로 박사학위 받은 박덕규(대학원·문예창작과 박사과정졸) 박사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는
‘밥과 사랑’으로 학위

밥으로 상징되는 욕망의 시대에
글 밭 농사의 고통, 글 밭 가꾸기의 기쁨이 원천


“각종 언론사의 플래시 세례가 부담스러웠어요. 저보다 글을 잘 쓰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요.”
우리 나라 최초 ‘소설’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덕규(대중문화대학원·문예창작과 박사과정졸) 박사. 바리톤 같은 음성으로 천천히 소감을 말한다.
우리대학 대학원은 박사과정에 최초로 문인의 경우 논문의 형식을 빌리되, 작품을 본문으로 해서 논문을 제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미 이러한 방식으로 석사학위를 받은 사람은 타 대학에도 몇 명 배출된 적이 있으나 박사학위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서 그 의미는 더 깊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장래희망을 정했어요. 평생 글을 쓸 수 있는 직업을 택해 글만 쓰며 살고 싶었어요.”그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일찍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 후 고등학교 때는 문예반을 만들어 활동하며 많은 글짓기대회에서 상을 받았다. 혼자 신문을 만들고, 문집을 만들고, 자신이 쓴 글을 비평해 가면서 그는 글쓰는 법을 깨우쳤다.
“저는 좌우명을 만들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사람입니다.”그는 세상일은 부딪치는 상황마다 달라서 내 식대로 무엇을 정해놓고 생활하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때마다 그 상황에 적응해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한다. 사람을 만나는 일에 있어 자신의 주관이 뚜렷해서 주장을 내세우며 만나기보다는 주관을 버리고 상대방의 주관을 들으며 의견을 조율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그를 박사로 만든 소설 ‘밥과 사랑’은 밥으로 상징되는 욕망의 시대에서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를 묻고 있는 소설로 문학은 삶을 자각하고 반성하게 하기 위해 있다는 그의 의도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적 모순 속에서 삶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사람들의 갈등을 세 사람의 등장인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에서 우리는 그의 사랑관과 인생관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논문 안에는 부록으로 단편소설 3편을 덧붙여 각각의 창작배경을 따로 서술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소설가와 시인으로 활동하던 그는 창작의 능력뿐만 아니라 연구와 창작교육을 구체적으로 체계 있게 배우고자 하는 의지로 대학원 박사과정에 입학했다.
그는 20살에 시인으로 등단해 지금까지 15권의 책을 펴냈다. 그 중에는 시집도 있고, 소설도 있고, 주로 비평류의 글들이 많다.
“글을 쓰는 것은 참 고통스러운 일이죠. 무언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책상 앞에 앉으면 그 순간부터 고통이 시작되죠.”글을 쓰려고 컴퓨터 키보드에 손을 올려놓는 순간부터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다 사라지면서 막막해져 머릿속이 백지장과 같은 상태가 된다.

“예전에는‘글 쓰는 것이 나의 전부다’라고 뛰어드는 사람이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의지가 약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라며 글 쓰는 젊은이가 없음을 안타까워한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 중에서 저처럼 책을 많이 안 읽은 사람은 없을 겁니다.”그는 책을 읽다가 감동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다만 자신의 책에 대해서는 반복해서 읽으며 몇 번이고 비판하고 질책한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네가 뭐냐? 네가 누구냐?’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보라고 권한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과 궁금증은 많으면서 자기에 대한 질문이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고 한다. 그 때문에 젊은 사람들은 누군가 길을 가다가 툭 치고 가면 그것이 진리라는 생각 아래 그 사람을 따라 간다고, 그래서 세상의 변화에 쉽게 휩쓸려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한다.
그는 현재 경기도에 있는 협성대학교에서 문예창작과 전공 수업을 하고 있으며, 매주 수요일 우리대학 대학원에서도 ‘현대소설 세미나’수업을 강의하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쓰는 것보다 여러 영상 매체의 발달로 보고 듣는 문화에 익숙해져 있죠.” 그는 자신의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다고 한다. 그의 아름다운 대화가 많은 사람들과 이루어지길 바란다.
<장민정 기자>stump0826@dankook.ac.kr
<장민정 기자>  stump0826@dankoo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