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교육을 무시하는 사람만큼 답답하고 한심한 사람은 없다. 왜냐면 그들은 그것이 자신과 그 가문과 그 국가의 쇠락 멸망까지도 자초한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조상 밑에서 처첩 갈등으로 갈라지고 원수가 된 아랍과 이스라엘의 싸움은 지금까지 수천 년을 해 오고도 그칠 줄을 모른다. 그런데 지금은 국가를 잃고 또는 잃기 직전의 위기에 몰리고 있는 것은 아랍 쪽의 나라들이다.
시비야 어쨌든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사실은 교육을 하는 나라와 안 하는 나라의 운명적 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유태인의 교육』 등 비슷한 제목의 간행물들이 자주 서점에서 눈에 띈다. 그만큼 그들은 유아기 때부터 철저한 교육으로 자식들을 키워내고 노벨상 수상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되고 있다.
한편 아랍권은 교육을 무시해서 문맹자가 가장 많은 나라들이다. 대다수의 국민은 기초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무지 속에서 알라신에게만 복종하고 있다. 알라신에 대한 복종은 곧 지배계급에 대한 복종이다. 여성이 거의 문맹자인 아프간에서는 허가 없이 가르치면 엄벌에 처해지기 때문에 문맹퇴치도 비밀리에 이루어져왔다는 조사보고가 있다. 통치하고 지배하는 자들에게 있어서 민중의 우민화(愚民化)는 필수적 수단이라고 생각해온 것이다.
그 결과가 지금은 팔레스타인에서 탱크에 돌팔매질로 맞서고 이라크에서는 최첨단 무기의 실험장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일제식민지가 되었던 것도 원인은 지극히 간단하다. 일본이 우리보다 30년 앞서서 근대교육을 실시한 것 외에는 다른 아무 이유도 없다. 우리가 그들보다 먼저 근대적 교육으로 근대화된 군대와 사회체제로 그들 사무라이들의 일본도와 맞섰다면 총독부는 경성이 아닌 도쿄에 세워지고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세계 2차대전의 결과도 꼭 같다. 독일 과학자들이 미국보다 한발 앞서서 핵무기를 개발했다면 온 세계는 지금도 “하이 히틀러”를 외치고 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개인이나 국가의 생존 논리는 너무도 간단명료하다. 교육만이 생존하고 승리하고 영광을 얻는 최대 최선의 방법이며 이것을 모르는 개인이나 국가는 필연적으로 패배하고 망한다.다행히 우리 국민은 이런 교육열에서는 전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어떤 외국인들은 우리가 과외비를 비롯해서 엄청난 돈을 자식교육에 쏟아 붓는 모습을 보며 머리가 돌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끼니마저 제대로 못 잇는 극한 상황에서도 논 팔고 소 팔아서 자식을 대학에 보내 여기저기 우골탑(牛骨塔)을 세웠던 우리가 그 대가로 얻은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상아탑 아닌 우골탑이었다 해도 7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바로 거기 있었던 것이 아닌가? 다만 그 같은 교육열은 국민들만 몸이 달아 오른 것이지 예산 짜는 국회나 행정부의 당사자들은 교육을 위해 제대로 불을 지펴 본 일이 없다.
98년도 초 외환위기를 맞아 국제금융의 귀재인 퀀텀펀드 조지 솔로스회장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를 만나고 이한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를 “한국은 결코 망할 수 없는 나라이다. 그 이유는 국민의 높은 교육열이 있기에 희망이 있다” 그렇다! 우리나라의 경제는 학부모의 높은 교육열에 의해 떠받쳐지고 있다.
그럼에도 한 기업의 몰락에 따른 뒤치다꺼리에 수십 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 부어도 공교육의 정상화와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지혜를 깨우치게 하는 후세들의 인성교육에는 국회의원 어느 누구도 과감히 교육부 예산을 대폭 증액하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
각급 학교와 전국 도서관의 실태만 봐도 이 나라가 얼마나 교육의 기본개념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들에게 교육정책이 맡겨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국민의 교육열이 용광로처럼 끓어올라도 국가가 따라주지 않는 한 한국의 교육은 뻗어 나아갈 수 없다.
그런데 지금 21세기는 어느 때인가? 지식만이 곧 생존력이요, 지식은 곧 교육이기 때문에 대학 경쟁력은 국가의 경쟁력이라 말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21세기는 오히려 우리들에게는 행운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물적 자원의 경쟁은 안 되지만 지식과 교육의 경쟁이라면 해볼 만 하다.
세계 최고의 교육열만 해도 얼마나 큰 경쟁력인가? 뿐만 아니라 최근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사회학부 토마스 폴켄(Thomas Volken)교수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IQ가 높은 나라’로 꼽고 있다.
그러므로 국가가 국민의 교육열에 반의 그 절반만 신경을 써 준다면 21세기는 위기가 아니라 다시 한번 우리가 도약하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홍남석>